부산 사직 야구장에 걸린 고 최동원 영구결별 기념비.
IS포토부산 사직 야구장에 걸린 고 최동원 영구결별 기념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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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11일, 일반인들에겐 이른바 '빼빼로 데이'가 먼저 떠오를 날이다. 야구 팬이라면 고(故) 최동원을 생각할 수 있다. 올해 제정된 제1회 최동원상 시상식이 11일 부산에서 열린다. 고인의 등번호 11번에서 날짜를 정했다.
최동원상은 한국 프로야구에서 매년 최고의 활약을 펼친 한국인 투수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최동원기념사업회가 사이영상(미국)과 사와무라상(일본)을 참고해 만들었고, 프로야구 원로들로 구성된 선정위원회가 수상자를 정한다. 올해 첫 영광의 주인공은 양현종(KIA)이다. 부산은행에서 후원을 맡아 수상자에게는 상금 2000만 원이 수여된다. 11일은 프로야구에 의미있고, 경사스런 날이다.
그런데 지금 부산은 '롯데 사태'로 떠들썩하다. 시즌 종료와 함께 김시진 전 롯데 감독은 사임했다. 최하진 전 사장의 선수단 CCTV 사찰, 선수들과 구단 프런트간 이전투구로 '롯데 자이언츠'의 위신은 땅으로 떨어졌다. 롯데 팬뿐 아니라 야구 팬들의 비난 여론이 들끓고, 내홍이 점점 심각해지면서 사장과 단장이 동시에 물러났다.
최동원상 시상식에는 롯데의 신임 이창원 사장과 이윤원 단장이 참석한다. 취임식도 하지 않은 새 사장과 단장의 첫 공식 행보다. 이종운 롯데 신임 감독과 강민호, 송승준 등 롯데 주요 선수들도 함께 자리한다. 축하 잔치 자리에서 다소 어색한 첫 만남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고 최동원은 선수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선수협회 창립에 앞장서다가 1989년 고향팀 롯데를 떠났다. 부산이 낳은 최고의 스타 최동원은 이후 끝내 롯데로 돌아오지 못했다. 롯데 유니폼으로 은퇴식도 하지 못했고, 생전 마지막 직함은 한화 2군 감독이었다. 고인의 명예를 기리는 첫 시상식이지만, 롯데가 내분으로 팬들의 지탄을 받고 있는 시기라 하늘에서 고인이 지켜보고 있다면 착잡한 심경일 것 같아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