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왕지원에게 '운명처럼 널 사랑해'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드라마다. 하지만 아쉬운 만큼 성장한 부분도 분명히 있었다. 이달 초 종영한 MBC '운명처럼 널 사랑해'에서 왕지원은 발레리나 세라 역을 연기했다. 실제로 국립발레단 발레리나 출신인 그에겐 '맞춤옷'을 입은 듯 꼭 맞는 캐릭터였다. 제대로 캐릭터를 소화하기위해 5년 만에 토슈즈를 꺼내신고 발레 연습을 했지만, 발레 신은 눈 깜짝 할 사이에 '스쳐'지나갔다. 당초 시놉시스에 나와있던 얽히고 설킨 4각 로맨스는 정작 방송이 나간 후 장혁과 장나라 중심의 이야기로만 흘러가 왕지원의 분량이 많지 않았다. 노력한 만큼 많은 걸 보여줄 기회가 없었던 드라마라 아쉬움이 남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왕지원은 드라마를 통해 분명히 배운 게 많았다. 그렇기에 값진 경험이었고, 또 한번 성장할 수 있는 드라마로 남았다. 드라마 종영 후 만난 왕지원은 "발레신 등 아쉬운 부분은 있었다. 하지만 좋은 선배님들과 연기하면서 많이 배웠고, 여러모로 좋은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다"며 웃었다.
-아쉬운 부분이 많이 있을 것 같다.
"발레신은 굉장히 아쉬웠다. 방송보고 속상해서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했을 정도다. 3~4시간을 안 쉬고 발레신을 찍었는데 드라마에는 정말 짧게 나왔다. 방송에 못 나온 발레신을 메이킹 필름으로라도 보고 싶은 심경이었다. 감독님이 '미워하지 말아달라'는 말을 하더라."
-러브라인도 아쉬웠을텐데.
"아무래도 그런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드라마 스토리상 '달팽이' 커플에 대패 포커스가 맞춰지면서 그걸 많이 부각시키려고 했던 작가님의 마음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최진혁씨와 남매였다는 설정이 대만 원작에 나오기 때문에 최진혁씨와의 관계가 러브라인으로 끝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은 있었다."
-드라마 후반에 가면서 비중도 많이 줄었다.
"비중이 많고 적은 건 중요하지 않았다. 다만 세라의 입장에서 설명하는 신이 좀 더 많았으면 좀 더 좋았을 걸이라는 생각은 했다."
-시청률이 점점 상승해서 드라마 분위기는 좋았을 것 같다.
"처음부터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시작했다. 그 분위기가 끝날 때까지 이어졌다. 장혁 선배님과 장나라 선배님 등 출연 배우들이 다 너무 좋았다. 장혁 선배님은 촬영장에서 끊임없이 농담을 해주시고 분위기를 풀어주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늘 챙겨주고 배려해주셔서 감사했다."
-드라마를 찍으면서 얻은 점은.
"장혁 선배님이 연기하는 것을 보면서 '연기는 이렇게 해야하는구나'를 느꼈다. 한 장면 마다 1000가지를 생각하고 오는 배우라서 그런 부분을 옆에서 많이 보고 도움을 받았다. 덕분에 세라에 대해 더 몰입하고 연기할 수 있었다. 연기자가 가져야할 에티튜트에 대해서도 많이 배웠다."
-장나라씨와의 호흡은 어땠나.
"같이 연기하는 장면이 많지 않았지만, 잘 챙겨주셨고 다정하게 대해주셔서 연기하는 것도 편했다. 언니가 드라마 끝날 때까지 극 존칭을 쓰셨는데 그런 부분에서도 배려를 느낄 수 있었다. 언니와 좀 더 함께하는 장면이 많았다면 좋았을 것 같다. 나라 언니도 '부딪히는 신이 많았다면 더 잘 챙겨줬을텐데 많이 못 챙겨줘서 미안하다'로 말씀하시더라."
-극 중 악역은 아니지만, 장혁과 장나라 사이를 방해하는 역할은 했다.
"드라마를 찍는 내내 차라리 악역으로 가든지 오작교를 하든지 한 노선만 취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악역이 되려다가 사랑의 오작교 역할을 했다. 다음에 작품을 할 땐 가급적 악역은 피하고 싶다. 이 역할을 하면서 좀 새로운 캐릭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나도 착하고 밝은 역할을 할 수 있는데….(웃음) 차기작은 밝은 역할을 하고 싶다."
-'운명처럼 널 사랑해'가 중국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아직 잘 실감을 못 하겠다. 얘기는 많이 들었다."
-발레리나를 그만두고 연기자로 전향했다. 연기, 천직같나.
"그렇게 믿고 싶다. 촬영하다가 나도 모르게 캐릭터에 몰입하는 순간이 있다. 촬영할 때 그 캐릭터로 쑥 들어가는 순간 나도 내 모습에 가끔 놀란다. 물론 그렇게 되기 까지 상대 연기자와의 호흡이 중요하다. 다행히 데뷔하고 나서 항상 좋은 파트너만 만났다. 이번에도 혁 선배님 덕분에 자연스럽게 역할에 빠져들었다."
-같이 연기하고 싶은 배우는.
"김혜수 선배님. 카리스마 있고 멋진 배우라고 생각한다. 여러가지 매력을 가지고 있는 분 같다. 연기 하는 모습 뿐만 아니라 인간 김혜수 선배님의 모습도 보고 배우고 싶다."
-발레리나 캐릭터가 다시 들어온다면 할 생각있나.
"제대로 발레를 하는 장면이 많이 보여드리는 작품이라면 다시 하고 싶다. 사실 5년 만에 다시 발레를 연습하면서 몸도 많이 굳고 쉽지 않았다. 연습하고 다시 예전에 했던 것을 떠올리는 게 쉬운 건 아니지만 한 번쯤 작품에서 발레하는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고 싶은 욕심은 있다."
-남은 한 해동안의 목표는.
"무언가 한 작품을 더 하고 올해를 마무리 짓고 싶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 차기작이 빨리 결정됐으면 좋겠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연기적으로 부족한 것이 없고 내면이 꽉 찬 배우가 되고 싶다. 목표나 계획은 변하지만,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변함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