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월드컵 우승 팀 독일축구의 힘은 유소년 육성에서 나온다. 독일은 1990년대 중후반부터 국제 대회에서 이렇다할 성적을 못 내며 '종이호랑이'로 전락했다는 비아냥을 들었다. 독일은 유소년 투자에서 해법을 찾았고 제2의 전성시대를 맞았다. 한국 프로축구도 몇 년 전부터 유소년 육성에 눈을 돌렸다. 유소년 축구(이하 유스) 팀을 운영하지 않는 구단은 원칙적으로 K리그에 참가할 수가 없다. 또한 프로축구연맹이 경영합리화 방안의 일환으로 연봉공개를 실시한 이후 각 팀은 성인팀 연봉을 줄이고 유스 팀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축구계에서는 연간 200억 원 이상이 유스 팀으로 유입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연맹에 따르면 클래식(1부 리그)과 챌린지(2부 리그) 21개 팀(안산 경찰청 제외)이 유스에 쏟아붓는 돈은 연간 266억 원이라고 한다. 'K리그와 유스 축구'에 대해 3회에 걸쳐 알아봤다.
신화용 김승대 고무열
"남들이 선수 영입할 때 우린 20억 원 씩 유스에 투자했어요."
장성환 포항 스틸러스 사장의 말이다. 포항은 지난해 K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더블(정규리그, FA컵 동시 우승)을 달성했다. 골키퍼 신화용(31) 골키퍼를 비롯해 고무열(24)과 김승대(23) 등 유스 출신이 주역이었다. 포항은 유스 육성의 대표주다. 2003년부터 10년 간 20억 원 씩 200억 원을 꾸준히 투자했다. 포항의 성공에 자극 받은 구단들도 앞다퉈 유스 출신을 중용하기 시작했다. 클래식 12개 구단 중 유스 출신이 1군에 없는 곳은 군 팀 상주 상무 뿐이다.
올 시즌에도 유스 출신들의 활약이 대단하다. 포항은 36골 중 20골을 유스 출신이 책임졌다. 김승대는 8골 5도움을 기록하며 이명주(24·알 아인)가 떠난 빈자리를 메웠다. 전남 드래곤즈도 유스 출신 이종호(22)가 9골을 넣으며 팀 공격을 책임지고 있다. 전반기에 1승에 그치며 시즌 내내 최하위였던 인천 유나이티드도 유스 팀인 대건고를 나온 진성욱(21)의 깜짝 활약으로 9위까지 뛰어올랐다. 진성욱은 최근 3경기 연속골로 팀의 3연승을 이끌었다.
수원 블루윙즈의 변화도 눈에 띈다. 수원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특급 선수를 거액에 영입해 화려한 스쿼드를 구축하곤 했다. 그러나 투자 방향을 유스로 돌렸다. 현재 1군에서 매탄고 출신인 권창훈(20)이 꾸준히 기회를 얻고 있다. 권창훈은 후반기 7경기에서 1골 1도움을 올리며 수원의 상승세에 힘을 보탰다. 제주 유나이티드의 수비형 미드필더 장은규(22), 전북 현대의 왼쪽 수비수 이주용(22)도 쟁쟁한 선배들 틈에서 살아 남아 주전으로 도약했고 지금은 팀에 없어서 안 될 존재가 됐다.
유스 출신들의 활약은 성인팀 전력에 보탬이 되는 것과 동시에 유스팀 후배에게 꿈을 심어주는 1석 2조의 효과를 낳는다. 작년 고등부 왕중왕전 우승 팀 포철고 이창원 감독은 "학교에서 같이 뛰던 선배가 K리그에서 누비는 모습은 후배들에게 좋은 동기부여가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