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프링 아내 멘디 "여보, 삼진 많이 잡아요"



롯데-삼성전이 열린 지난 23일 부산 사직구장. 경기를 앞두고 깜짝 손님이 그라운드에 모습을 나타냈다. 이날 선발 등판하는 롯데 옥스프링(38)의 가족이었다. 옥스프링의 아내 멘디와 장남 캘런, 둘째 애미티, 셋째 트리니티가 시구·시타를 위해 사직구장을 찾았다. 이들은 이튿날 호주로 떠나기로 돼 있었다. 방학이 끝난 캘런이 학교를 가야했기 때문이다. 구단은 잠시 이별을 해야하는 옥스프링 가족에게 추억을 만들어주기 위해 시구·시타를 추진했다.

경기를 준비하던 옥스프링은 가족의 얼굴을 보고 환하게 웃었다. 애미티는 타석에 들어가 오빠 캘런의 공을 기다렸다. 캘런은 아버지 옥스프링이 지켜보는 가운데 힘차게 공을 뿌렸다. 큰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 공은 바운드 되지 않고, 홈 플레이트 옆에 서 있던 멘디의 품으로 날아갔다. 여덟 살 아이의 투구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힘이 있었다. 옥스프링은 캘런과 하이파이브를 한 뒤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가족은 기념 촬영을 하고, 행복했던 한국 생활을 마무리했다. 멘디를 만나 한국 생활의 소회를 들었다.



-아이들이 시구와 시타를 하게 된 소감이 어떤가.

"아이들이 소식을 듣고 굉장히 기뻐했다. 캘런은 평소에도 남편과 캐치볼을 즐겨한다. 컨트롤은 아직 더 가다듬어야 하지만 힘 있게 던진다.(웃음) 시구를 위해 따로 연습한 건 없었다."


롯데 옥스프링(가운데)이 딸 트리니티(오른쪽)와 함께 지난 23일 사직 삼성전을 앞두고 시구를 하는 아들 캘란을 바라보고 있다.


-한국에 언제 왔고, 얼마나 머물렀나.

"지난 3일에 입국했다. 올해는 두 번째 방문이다. 지난 4월에도 한국을 찾았다. 캘런이 올해부터 학교에 입학해 방학에만 한국을 찾고 있다. 내일(24일) 호주로 떠난다. 캘런의 학교가 곧 개학을 한다. 굉장히 아쉽다. 하지만 두 달 뒤에 다시 방학이 있다. 그때 한국에 다시 올 예정이다. 그래도 아쉬움이 크다."

-두 달 뒤인 9월이면 인천아시안게임 때문에 프로야구 휴식기가 있다.

"아시안게임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휴식기가 있어 우리는 더 많은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그 시기면 순위 싸움이 결정되나? ('예상하기 힘들다'고 하자) 포스트시즌 진출을 일찍 확정지었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롯데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모습이다.

"너무 감사하다. 가는 곳마다 팬들이 많은 관심을 보여준다. 아이들도 한국을 정말 좋아한다. 먹는 것도 잘 적응하고, 부산 생활을 즐기고 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놀기에 날씨가 무척 좋다. 매번 느끼지만 한국은 정말 좋은 곳이다."

-롯데 선수들도 아이들을 예뻐한다. 아이들은 어떤 선수를 좋아하나.(마침 강민호가 아이들에게 다가왔다. 강민호는 멘디에게 '내일 떠난다'는 얘기를 듣고 우는 시늉을 했다)

"강민호, 황재균 등 젊은 선수들이 아이들에게 정말 잘해준다. 아이들이 귀찮게 하고, 짓궂은 장난을 치지만 다 받아준다. 아이들이 선수보다 더 좋아하는 것이 있다. 롯데의 캐릭터들이다. 누리와 아리가 보이면 열광을 한다. 특히 애미티와 트리니티가 좋아한다."


롯데 옥스프링의 가족이 지난 23일 사직 삼성전을 앞두고 시구·시타를 위해 경기장을 찾았다. 사진은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옥스프링의 장남 캘란, 아내 멘디, 둘째 애미티, 셋째 트리니티.


-최근 방송에서 가족이 맛있게 식사하는 장면을 봤다. 어떤 음식이 인상적이었나.

"남편이 고기를 즐겨 먹는다. 갈매기살을 좋아하는데, 방송 덕분에 나도 먹어보고 반했다. 아이들도 좋아하더라. 유먼(롯데)이 좋아한다는 찜닭도 인상적이었다. 부산에는 맛있는 음식이 너무 많다. 두 달 동안 남편이 혼자 있게 됐지만, 음식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는다."

-옥스프링은 굉장히 신사적이다. 가정에서도 그런가.

"그렇다. 그라운드에서 보이는 모습이 평소 모습이다. 집에서 매우 가정적이고 차분하다. 남편은 아이들 교육에 신경을 많이 쓴다. 상대를 존경하는 마음을 늘 갖도록 교육한다. 또한 아이들이 넓은 세상에서 많은 것을 배우길 바란다. 미국과 일본, 한국에서 생활을 하면서 항상 강조하는 부분이다. 한국에서 5년을 보냈는데, 많은 추억을 남겼다. 아이들이 좀 더 크면 한국의 문화에 대해서 알려주고 싶다."

-남편에게 응원의 말을 해달라.

"사랑하고, 행운을 빈다. 언제나 잘 해왔으니까 믿는다. 나 없는 동안 '스트라이크 아웃' 많이 잡아야 한다."

-투수의 아내 답다.

"물론이다. 남편이 자랑스럽다.(웃음)"


부산=유병민 기자 yuballs@joongang.co.kr
사진=롯데 제공
당신이 좋아할 만한정보
AD
브랜드미디어
모아보기
이코노미스트
이데일리
마켓in
팜이데일리
지금 뜨고 있는뉴스
오피니언
행사&비즈니스
HotPho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