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5만 관중 앞에서 성공적으로 치러진 '2014 K리그 올스타 with 팀 박지성'을 통해 K리그의 명과 암이 동시에 드러났다. K리그도 포장을 잘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봤지만 이름값 있는 대형스타를 키워야 한다는 과제도 안았다.
K리그 최고 스타는 여전히 이동국이다. 국가대표급 유망주들이 꾸준히 해외로 이적하는 등의 영향을 받아 오랜 기간 K리그는 새 얼굴 발굴에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올해가 이런 약점을 만회할 적기다. 1992년 이후 22년 만에 처음으로 상위 득점랭킹 5위까지 모두 국내 선수들이다. 토종 득점왕 경쟁이 볼거리다. 이종호(22·전남)가 당당히 9골로 득점 선두고 김승대(23·포항)가 8골로 바짝 뒤를 쫓고 있다. 둘 모두 포스코 산하 구단인 전남 드래곤즈(이종호), 포항 스틸러스(김승대) 유스 출신이라 눈길을 끈다. 또 정반대의 성장 스토리와 플레이 스타일을 갖고 있어 더 흥미롭다.
뜨거운 이종호
'전남 유스' 이종호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어린 시절 그의 주가는 하늘 높은줄 몰랐다. 이종호는 17세 대표팀에서 붙박이 주전 공격수였다. 24경기에 나와 15골을 뽑았다. 처음에는 손흥민(22·레버쿠젠)이 이종호의 교체자원일 정도로 높게 평가됐다. 그러나 이후 성장이 더뎠다. 20세 이하 대표팀에서는 12경기 2득점에 그쳤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우선 지명으로 전남 유니폼을 입었지만 기대 이하였다. 2011년 전남 입단한 이후 3년 동안 '만년 유망주'라는 꼬리표만 달고 다녔다. 올해 4년 만에 슬럼프를 끝냈다. 무엇보다 강한 승부욕이 살아 났다. 90분 내내 몸싸움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부딪힌다. 포항 황선홍 감독은 "공격수의 첫째 조건은 공격성인데 종호가 한국에서 최고다. 상대에게 부담을 준다"고 높게 평가했다.
차가워진 김승대
'포항 유스' 김승대는 어린 시절 철저한 무명이었다. 17세 이하 때는 한 번도 대표팀에 뽑히지 못했고 20세 때도 딱 한 번 소집돼 2경기에 교체로 뛴 게 전부다. 발은 빠르지만 결정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는 영남대에 진학했다. 영남대는 김병수(44) 감독이 부임하기 전까지 해체 위기를 겪었던 곳이다. 김승대는 김 감독 밑에서 축구에 눈을 떴고, 포항에서 황 감독의 지도 아래 골 결정력을 가다듬으며 K리그 정상급 공격수로 성장했다. 김승대의 강점은 '차가운 머리'다. 하석주 전남 감독은 "수비수가 가장 싫어하는 영리한 공격수다. 공을 주고 빠져 다니는 움직임이 좋다"며 "마무리할 때는 세계적인 선수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침착하다"고 칭찬했다.
인천아시안게임을 향해
이종호와 김승대는 K리그를 넘어 또 다른 도전을 앞두고 있다. 둘 모두 9월 인천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발탁될 가능성이 높다. 더 큰 물에서 자신들의 경쟁력을 입증할 수 있는 기회다. 황 감독은 "K리그에서 토대는 충분히 쌓았다. 승대와 종호 모두 소속팀에서 주전 자리를 꿰찼다"며 "이제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을 쌓아야 한다. 인천아시안게임이 이들의 스타성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시험대일 것이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