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 시스코(31)는 프로야구 '제10구단' kt가 두 번째로 영입한 파란 눈의 외국인 투수다. 그는 지난 1월 kt의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 초청돼 조범현(54) kt 감독 눈에 들었다. 이후 대만 리그 EDA 라이노스에 입단했으나 '시즌 중 다른 리그와 계약을 원하면 이적이 가능하다'라는 조항을 넣은 덕분에 지난달 22일 kt에 새 둥지를 텄다.
경력도 준수하다. 2001년 시카고 컵스에 2라운드 지명된 뒤 2005년 캔자스시티에서 빅리그 데뷔전을 갖고 2007년까지 활약했다. 208cm 장신의 왼손 투수가 내리꽂는 위력적인 직구와 적절하게 섞는 체인지업이 일품이라는 평가다. 대만 리그에서도 다승(8승)과 탈삼진(110개) 부문 1위를 달리고 있었다. 국내 데뷔 후 퓨처스(2군)리그에서는 15일 현재 3경기에 등판해 5이닝 동안 1실점만을 기록 중이다.
시스코는 김치찌개에 밥을 말아먹을 정도로 무리 없이 한국 생활에 적응하고 있다. kt 구단의 한 관계자는 "메이저리그 출신답게 경기장 안팎에서 항상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팀 외국인 동료 마이크 로리(30)는 한 살 차밖에 나지 않는 그에게 철석같이 달라붙어 많은 것을 배우려 하고 있다.
그는 kt가 1군 무대에 합류하는 내년 시즌에는 미국에 있는 아들 행크를 한국으로 데려올 예정이다. 자신의 글러브에 한글로 '행크'를 새길 만큼 아들 사랑이 남다르다.
-한국행을 결심한 이유는 무엇인가.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나 올림픽에서의 선전을 보면서 한국 야구의 수준이 높다는 것을 실감했다. 메이저리그에서 활약 중인 류현진(LA 다저스)도 인상적이었다. 대만 리그에도 좋은 선수들이 많지만 한국 선수들이 체격도 더 크고 힘이 좋은 것 같다. 더 큰 도전을 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
-한국 생활은 적응이 됐나.
"교통도 편리하고 편의·문화 시절이 가까운 곳에 잘 갖춰져 있어 만족스럽다. 음식도 입에 잘 맞는다. 나는 애호박이 그렇게 맛있다. 비빔밥과 삼겹살도 즐겨 먹는다. 동료들 중에선 로리뿐 아니라 투수 김주원이 영어를 조금 할 줄 알아서 대화를 자주 하는 편이다. 다른 선수들과도 점차 익숙해지고 있다."
-한국프로야구에서 인상깊은 선수가 있다면.
"솔직히 아직까지는 1군에서 뛰는 선수들을 잘 알지 못한다. 앞으로 점차 알아가려고 한다. 류제국(LG)과 최희섭(KIA)은 마이너리그 생활을 할 때 같은 팀에 있었기 때문에 잘 알고 있다. 그들과의 재회가 기대된다. 추신수(텍사스)는 나와 비슷한 시기에 메이저리그에 승격된 것으로 알고 있다. 마이너리그와 메이저리그에서 몇 차례 맞붙은 기억이 있다."
-한국 지도자들의 지적이 자신과 생각과 다를 수 있을 텐데.
"눈이 가기 때문에 한 번이라도 더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아니겠는가. 고맙게 생각할 부분이다. 아직은 보여줘야 할 것이 더 많아 크게 문제는 없었다. 설령 있다 해도 결국 내년에 한 경기라도 더 이기기 위한 과정이 아니겠는가. 더 발전할 수 있다면 받아들여야 한다."
-한국 야구에서 목표는 무엇인가. 몇 승 정도 하고 싶나.
"구체적인 승수는 생각해본 적 없다. 내년 시즌 신생팀인 kt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도록 기여하고 싶다. 팀이 좋은 성과를 거둔다면 내 개인 성적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