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기대주에서 이제는 당당히 아시안게임 대표 선수로… 남자탁구대표팀 김동현(20·에쓰오일)이 비상(飛上)을 준비하고 있다.
김동현은 지난달 27일 충남 당진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 탁구대표팀 선발전에서 9승2패, 전체 1위로 당당히 태극마크를 달았다. 풀리그 방식으로 열린 선발전에서 김동현은 김민석(KGC인삼공사), 이상수, 서현덕(이상 삼성생명) 등 내로라하는 선배들을 차례로 꺾으며 실력으로 아시아게임에 뛸 자격을 얻었다.
오른손 셰이크핸드 공격수인 김동현은 어린 시절부터 여자대표팀 양하은(대한항공)과 함께 한국 탁구의 미래를 이끌 자원으로 촉망받아왔다. 탁구 선수 출신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라켓을 잡은 그는 포항 대흥중 3학년 때인 지난 2009년 세계선수권에 참가한 대표팀에 뽑혀 주목받았다. 중3이었던 당시 김동현의 세계선수권 출전은 1997년 맨체스터 세계선수권에 중3 때 참가했던 유승민(현 남자대표팀 코치) 이후 12년 만의 일이었다. 그는 2007년 종별대회 준우승, 2008년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학생종별대회 우승 등 각종 국내 대회에서 굵직한 성적을 냈고, 중·고교 시절 국제대회에도 꾸준히 출전해 지난 2012년 스페인에서 열린 대회 U-21(21세 이하) 남자부 단식 정상에 오르는 등의 성과를 냈다.
성인 무대에 뛰어든 김동현의 시작은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김민석, 서현덕, 정영식(KDB대우증권) 등이 자리를 잡아가는 대표팀에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어 보였다. 그래도 김동현은 당당하게 맞섰다. 자신과 함께 한 유남규 에쓰오일 감독(현 남자대표팀 감독)의 지도를 받으며 맹훈련을 거듭했다. 김동현은 "고등학교 때까지는 아무 생각없이 열심히만 하는 스타일이었다. 그래서 섬세하게 하는 게 부족하다는 걸 느꼈다. 그러나 감독님과 만난 뒤에 섬세하게 하는 플레이뿐 아니라 여러 기술적인 면, 심리적인 면에 대해서 많이 알려주고 스스로 터득해갔다. 장점을 늘리고 단점을 줄이면서 정신적으로 자신감도 많이 쌓였다"고 했다.
그리고 김동현은 선발전에서 당당히 1위에 올랐다. 특히 그는 서현덕과 맞대결에서 승리한 것에 크게 기뻐했다. 김동현은 "현덕이형하고 태릉선수촌에서 연습 중에도 시합하면 늘 어려웠다. 그러나 이번에 풀세트 접전 끝에 현덕이형을 4-3으로 이기고 이후 치른 시합에서 모두 몰입이 잘 됐다. 중요한 순간에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선발전 1위에 대해 "솔직히 처음에 믿지 않았다. 실감이 안 나다가 부모님께 전화드리고 우시면서 크게 기뻐하시니까 좀 실감이 나더라"며 수줍게 소감을 전했다.
유 감독은 김동현에 대해 "나이는 어려도 승부 근성, 강인한 정신력이 돋보인다. 파괴력있는 포어핸드 드라이브 공격도 좋다. 공격력만 놓고 보면 충분히 중국을 꺾을 수 있는 자질을 갖춘 선수"라고 평가했다. 단점도 서서히 극복해가고 있다. 유 감독은 "큰 기술은 좋지만 작은 기술이 약하다. 특히 짧은 볼 처리, 네트 플레이가 단점이었고, 서비스 기술도 단조로웠다. 그러나 최근 훈련을 통해 많이 좋아졌다. 특히 1-2개 밖에 없던 서비스 기술을 남들이 하는 수준으로 높여 선발전에서 시도한 것만 봐도 발전 가능성이 높다는 걸 확인한 계기가 됐다"면서 "앞으로 1-2년 정도 지나면 충분히 한국 남자 탁구의 최고로 올라설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동현의 롤모델은 바로 2004년 아테네올림픽 탁구 남자 단식 금메달리스트 유승민이다. 유승민이 이달 초부터 대표팀 코치로 합류하게 돼 김동현은 롤모델의 지도를 통해 한단계 성숙해질 수 있는 계기도 만들었다. 김동현은 "주니어 대표 시절에 태릉에서 같이 운동하면서 좋은 말씀을 많이 듣고 배웠다. 무엇보다 탁구를 칠 때의 열정적인 모습이 멋있고 좋았다. 파워풀한 탁구가 딱 내가 추구하는 스타일이어서 롤모델로 삼고 있다"고 했다.
1994년생으로 이제 막 20살이 된 김동현. 인천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대표팀 막내의 진짜 탁구 스토리는 이제 시작될 것이다. 김동현은 "어렸을 때부터 목표가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는 것이다. 출전 자체에 의의를 두지 않고 매년 하나하나 올라간다는 생각으로 한국 탁구의 에이스로 거듭나겠다. 이제 시작이다"고 당차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