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납니다. 그라운드 위의 아쉬움은 뒤로 하고. 비행기에 오르네요. 한국 대표팀과 일정을 같이하는 제 출장도, 끝이 났습니다. 많이 아쉽네요. 하지만 그라운드 위에서 직접 뛰었던 선수들보다 속상하겠어요. 한 달 간 곁에서 대표팀 선수들을 지켜보며 '국가대표'라는 무게를 실감했습니다.
27일(한국시간) 열린 대표팀의 브라질월드컵 마지막 경기 벨기에전. '이청용 화이팅'을 외치던 축구돌 샤이니 민호씨, 한국선수들 응원하느라 일찌감치 목이 쉬어버린 서지석씨. 1998년부터 월드컵 현장을 직접 찾아 지켜보던 이경규 선생님도 '잘했다 잘했어'를 되뇌일 뿐 진한 아쉬움에 아무도 경기장을 떠나지 못합니다. 아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죠.
돌이켜보니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네요. 지난 12일, 가나와의 평가전 패배로 굳은 표정으로 베이스캠프가 있던 이구아수에 입성했던 선수들의 표정을 잊지 못합니다. 누구 하나 웃지 않았죠. '월드컵이란 무게감이 진짜 크구나'하고요. 멀리서 봤지만 그들의 어깨 위에 놓인 짐들이 너무 커보였습니다. 그래도 훈련장에서 지켜본 태극전사들은 하루하루 서로를 다독이며 하나의 목표를 향해 늘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런 선수들을 위해 헌신적으로 도와준 교민분들, 그리고 이구아수 현지인들의 응원과 격려도 잊지 못합니다.
선수들을 지켜보며 수능시험을 앞둔 부모의 심정이라고 해야 할까요. 한국 경기에는 정말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아 제대로 쳐다보기 힘들었습니다. 제가 왜 떨리는지, 이유도 몰랐지만. 정말 잘했다고 어깨를 두드려주고 싶은데, 모두들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어 마음이 좋지 않습니다.
국가대표라는 자리, 버텨야만하고 감내해야만하는 그들이 누구보다 속상하겠죠. 1년 전 "돈도, 명예도 중요치 않다. 축구선수로 가장 크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월드컵이다"고 한 손흥민 선수의 말이 기억납니다. 그래서 그라운드에서 목놓아 우는 그의 안타까움이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월드컵의 생생한 소식을 현지에서 전했던 순간들, 상상만으로도 즐거웠던 시간이었습니다. '오늘 점심은 뭘 먹지?' 하는 고민보다 '진짜 스페인이 무너질까?' '개막전 브라질이 선제골을 내줬는데 우리는 숨을 제대로 쉴 수 있을까'라며 축구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일 년에 한 두번 볼까말까한 빅매치도 하루에 3경기씩 열리고, 축구로 수많은 사람들이 때로는 기뻐하고 때로는 탄식하던 모습을 더 많이 접했습니다. 축구가 정말 많은 사람들을 하나로 뭉치게 할 수 있다는 걸 제대로 경험했습니다.
한가지 확실한 건 그들 덕분에 행복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관중들과 함께 K리그에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