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가까운 곳에서 자신을 지켜보는 사람의 한 마디는 큰 힘이 된다. 한화 김태균(32)과 롯데 최준석(31)이 그렇다. 둘은 6월 맹타의 비결로 '아내의 한 마디'를 꼽았다.
김태균은 6월 16경기에서 타율 0.390·홈런 7개·21타점을 기록하며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장타력이 살아났고, 결정적인 순간 '한 방'을 때려내며 팀 승리를 이끌고 있다. 그는 지난 24일 대전 롯데전에선 9회말 역전 끝내기 홈런을 폭발시키며 '해결사'의 면모를 과시했다.
장타력 부활의 비결은 방망이 무게에 있었다. 그는 2012시즌부터 930g짜리 방망이를 사용해왔다. "체격이 큰 만큼 방망이도 무겁게 들어야 한다는 일종의 자존심 같은 것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좀처럼 성적이 나아지지 않았다. 김태균은 "고민을 하던 중 아내(김석류 전 아나운서)가 한 마디 했다. '이제 20대도 아닌데, 방망이가 너무 무거운 것 아니냐'고. 듣고보니 그럴 듯해서 후배 엄태용의 880g짜리 방망이를 들고 나갔다. 간결한 느낌이 들더니 홈런이 나오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김태균은 880g 방망이를 처음 사용한 5월21일 목동 넥센전에서 만루홈런을 터뜨렸다. 880g짜리 방망이를 들고 나선 26경기에서 타율 0.381·8홈런·32타점·장타율 0.711을 기록 중이다. 그는 "야구가 웃기다"며 "엉뚱한 데서 답이 나올 때가 있다. 아내가 우리보다 야구를 잘 아는 것도 아닌데, 생각지도 못했던 데서 그렇게 풀리니 참 재미있다"며 웃었다.
최준석의 6월 방망이도 뜨겁다. 그는 이달 14경기에서 타율 0.390·6홈런·14타점을 올리며 팀 공격을 이끌고 있다. 6월 장타율은 0.902에 달한다.
최준석은 "작년 10월 포스트시즌 만큼은 아니지만 요즘 타격감이 아주 좋다"며 웃은 뒤 "4~5월에는 FA(프리 에이전트) 계약에 대한 부담이 컸다. 너무 잘 하려고만 했다. 나쁜 볼에 배트가 많이 나갔다"고 말했다. 이어 "6월부터 부담이 없어졌다. 꼭 내가 아니더라도 다른 잘 하는 선수들이 해주고 있다. 부담없이 하니까 자신감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그는 3~4월 21경기에서 타율 0.183·3홈런·12타점으로 부진했다. 고민을 하던 최준석은 아내의 한 마디에 정신을 차렸다고 한다. 그는 "집에서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으니 아내가 '원래 하던 야구를 하자. 즐기면서 하지 않았나'라고 얘기해줬다. 그 후 마음을 비우니 좋은 성적이 나온 것 같다"고 했다. 최준석은 "시즌 마지막까지 좋은 감을 유지하려고 노력 중"이라며 "잘 먹고, 잘 쉬려 한다. 아내가 음식을 잘 해준다. 여름을 잘 넘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