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순했다. '불굴의 사자군단'이라 불렸던 카메룬은 사자가 아니라 길 들여진 강아지 같았다.
카메룬은 24일(한국시간) 브라질리아에 위치한 마네 가린샤 국립 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A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브라질에 1-4으로 대패했다. 카메룬은 전반 17분과 35분 네이마르(22·바르셀로나)에게 연속골을 내줬다. 후반에도 4분 프레드(30·플루미넨세)와 40분 페르난지뉴(29·맨체스터 시티)에게 추가골까지 헌납하며 완패했다. 수비수 조엘 마티프(23·샬케04)가 한 골을 만회했지만 경기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카메룬은 3연패를 당하며 초라하게 짐을 챙겨야 했다.
2패를 안고 있던 카메룬은 16강이 좌절된 상황이었다. 멕시코에 0-1로 패했고, 크로아티아에는 0-4로 대패했다. 희망이 없는 카메룬 선수들은 브라질 선수들을 보러 온 팬 같았다. 네이마르가 자기네 진영을 휘젓고 다니는데도 멍했다. 지난 크로아티아 전 이후 폴커 핑케(66) 감독이 "대패에 죄송하다"고 사과하며 "마지막 브라질 전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지만 나아진 것은 없었다.
카메룬 선수들은 네이마르에게 반칙을 할 때마다 굳이 가서 손을 잡아 일으켜 세웠다. 페어플레이도 좋지만 지나치게 네이마르를 의식하는 모습이었다. 전반을 마치고 들어가는 길에는 카메룬 대표팀 관계자들이 네이마르와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몰리는 어이없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네이마르는 전반에만 2골을 넣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넉살 좋은 네이마르는 친절히 사진을 찍어주고 손을 흔들고 나갔다. 여기에 이번 대회를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던 사뮈엘 에토오(33·첼시)는 결국 마지막 브라질 전에서 뛰지 못했다. 핑케 감독은 교체 카드를 모두 썼지만 에토오를 외면했다. 브라질까지 응원 온 카메룬 팬들은 대표팀이 연달아 지는 모습만 보고 쓸쓸하게 돌아가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