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참패에 러시아도 놀랐다. 한국은 23일(한국시간) 포르투 알레그리에서 열린 알제리와 2014 브라질 월드컵 H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알제리에 2-4로 완패했다. 알제리는 H조 최약체로 꼽혔기 때문에 러시아 기자들도 놀라는 눈치였다. 그러나 한국이 알제리에 패해야 16강 확률이 높아지는 만큼, 러시아 기자단은 알제리가 득점할 때마다 환호성을 내질렀다. 러시아와 알제리 기자는 네 번이나 만세를 불렀다. 한국이 알제리에 대패하며 러시아도 16강에 오를 확률이 생겼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골득실에 상관 없이 알제리를 상대로 이기면 16강에 오를 수 있게 됐다.
한국이 알제리에 패하기 전까지 러시아의 상황은 암울했다. 러시아는 한국과 1차전에서 1-1로 힘겹게 비겼다. 여기에 리우 데 자네이루의 마라카냥 경기장에서 열린 벨기에와의 2차전에서도 0-1로 패했다. 1무 1패가 된 러시아는 조별리그를 통과할 희망은 많지 않았다. 러시아 기자들도 한국이 알제리에 승리할 것이라 점쳤기 때문에 이들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러시아 기자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미디어 센터로 들어왔다. 사실상 16강 진출이 실패했다며 파비오 카펠로 감독을 성토하는 목소리도 들렸다.
절망은 한국-알제리 전이 끝나며 환호로 바뀌었다. '페테르부르크 이브닝'의 로프카흐 로시프(59) 기자는 "정말 우리와 경기한 한국이 맞는지 의심스럽다. 러시아 전에서는 완벽한 수비를 보이지 않았나"고 되물으며 "알제리를 상대로는 아무것도 못하고 무기력한 모습이었다. 젊은 팀이다 보니 경기력에 기복이 심해 보였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16강에 진출할) 기회를 준 것은 고맙다"고 덧붙였다. 안드레이 안드리에프(29) 기자는 "도대체 한국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라며 먼저 물어왔다. 그는 "내가 본 한국은 분명 빠르고 압박이 강한 팀이었다. 그런데 알제리 전에서는 전혀 그러지 않았다"며 "알제리도 생각보다 강한 것 같다"고 경계했다.
한국은 27일 상파울루에서 벨기에와 3차전을 갖는다. 한국은 이 경기에서 대승을 해야 16강에 오를 가능성이 생긴다. 그마저도 러시아가 알제리를 적은 점수 차로 이긴다는 전제 조건이 있다. 러시아는 같은 날 쿠리치바에서 알제리와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리우 데 자네이루=김민규 기자 gangaeto@joongang.co.kr (사진=FIFA 공식 홈페이지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