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찬(33·KIA)은 지난 17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넥센전에서 9년 연속 두자릿수 도루를 달성했다. 역대 12번째 기록이다. 개인 통산 도루는 339개가 됐다. 이날 좌익수·1번 타자로 선발 출전한 그는 1회 말 좌전안타로 출루한 뒤 후속 이대형(31·KIA) 타석 때 2루 도루에 성공했다. 날렵하게 2루를 훔치는 데 성공하자, 챔피언스필드 전광판에는 그의 기록 달성을 축하하는 문구가 떠올랐다.
김주찬은 이대형과 함께 2000년대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도루 박사'다. 롯데 소속이던 2010년 이대형(66개·당시 LG)에 이어 도루 2위(65개)에 올랐고, KIA로 이적한 지난 시즌에는 부상으로 1군에서 이탈하면서도 23차례(도루성공률 88.5%) 베이스를 훔쳤다.
이대형은 LG 시절이던 2007년부터 2010년까지 4년 연속 도루왕을 차지했다. 프로 최초 3년 연속 60도루(2008~2010년)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타이틀' 면에서는 김주찬이 이대형에게 밀리는 것이 사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도루 숫자를 떠나 기술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김주찬이 앞선다"고 말한다.
김평호 삼성 주루작전 코치는 "전체 리그에서 따져볼 때 도루 기술 부문의 으뜸은 김주찬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순간적인 스피드와 발을 차고 나오는 힘, 마지막을 장식하는 슬라이딩까지 버릴 것이 없다"고 말했다. 도루 26개로 이번시즌 1위를 달리고 있는 김상수(삼성) 역시 "이대형 선배도 잘하시지만, 개인적으로 스타트나 순발력에서 김주찬 선배가 뛰어나신 것 같다"고 했다. 이용규(한화)도 "(김주찬 선배는) 뛰는 타이밍을 잘 잡는다. 마지막 슬라이딩을 할 때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연결하는 데 탁월하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특히 베이스를 도는 능력에서 김주찬을 따라올 자가 없다는 평가다. 도루를 할 때 주자는 직선 코스를 달린다. 그러나 1루주자로 있다가 후속 타자의 안타 때 2루를 거쳐 3루로 가거나, 2루에서 홈으로 들어올 때는 좀 다르다. 가속도가 붙기 때문에 곡선 부분에서 각이 벌어지고, 자연스럽게 속도도 느려진다. 하지만 김주찬은 곡선 코스에서도 강하다. 김경문 NC 감독과 이순철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김주찬은 주루 센스가 뛰어난 선수다. 2루를 돌아 3루로 뛰는 능력은 국내 어떤 선수보다 훌륭하다"고 칭찬했다.
정작 김주찬은 이대형과의 도루 실력을 어떻게 비교하고 있을까. 그는 "사실 이대형과는 같은 팀에 있지만 함께 달리기를 해본 적이 없다. 100m도 누가 빠른지 안 재 봤다. 누가 앞서는지 모른다"고 했다. 하지만 2루나 3루를 도는 것에는 자부심이 있다. 김주찬은 "어릴 때부터 은사님들에게서 '홈으로 들어오기 위해 3루에서 턴을 할 때 각을 줄이라는 조언을 들어왔다. 전력질주를 하면 턴할 때 각도가 넓어지는 것이 당연하다. 삼성 시절에는 이순철 위원님 등 당시 코치님들한테 늘 구박을 받았다"며 "처음 속도를 유지하면서 3루를 돌려고 늘 노력한다. 어찌 보면 너무 당연한 듯 배우고 익혀온 기본기적 측면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