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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길진의 갓모닝] 301.무명용사의 비석
미국 알링턴 국립묘지에는 50톤이 넘는 대리석으로 만든 무명용사의 비석이 있다. 1·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 당시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젊은 장병들이 합장돼 있다고 한다. 1921년에 처음 만들어진 무명용사의 비 앞에는 1년 365일을 위병들이 지킨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30분 혹은 1시간 단위로 위병 교대식을 하며 철저하게 무명용사의 비를 지키는 모습을 보고 나는 크게 감동했다. 너무 경건하고 아름다운 장면이기 때문이다. 미국 알링턴 국립묘지를 찾는 전 세계인들은 무명용사의 비를 철저하게 지키는 군인의 모습에 ‘역시 미국은 다르다’는 생각을 한다고 한다.
다가오는 현충일, 나는 용산 전쟁기념관에 갈 예정이다. 6.25에 참전하셨다가 부상으로 전역하신 뒤 전투경찰대 대장을 맡아 빨치산 토벌대장으로 혁혁한 공을 세우셨던 부친께서 2014년 9월의 호국인물이 되셨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6월 6일은 매우 특별할 것 같다. 우리나라 국립현충원에도 드디어 무명용사를 위한 비석이 세워지게 됐다. 이 뜻 깊은 행사에 초대돼 무명용사와 순국한 국군장병들을 위한 헌화의식을 갖게 돼 더없는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국민은 4월 16일에 발생한 세월호 사건으로 큰 슬픔에 빠져있다. 혹자는 대한민국호가 세월호와 같다고 말한다. 세계적인 경제대국이라고 자만했던 대한민국호지만 실은 부정부패와 온갖 악습으로 위태롭기 짝이 없으며, 언제건 작은 불씨만 떨어져도 대한민국호는 순식간에 침몰하는 세월호였던 것이다.
‘인지이도자 인지이기(因地而倒者 因地而起).’ 보조국사 지눌스님께서는 그 땅에서 넘어진 자, 그 땅을 딛고 일어서라고 하셨다. 대한민국은 세월호 사건으로 우리에게 가장 큰 슬픔을 줬지만 결국 또 다시 대한민국을 딛고 일어서야만 이 슬픔도 극복할 수 있다.
자동차 사고가 났다고 차를 안 타고 살 수는 없고, 화재가 났다고 불을 안 쓰고 살 수 없듯이 우리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예쁘고 착한 효자, 효녀였던 아이들을 잃은 그 바다에서 어쩔 수 없이 살아갈 수밖에 없다.
세월호 침몰 사건의 책임을 물어 정부는 해경을 해체한다고 한다. 그러나 대한민국처럼 2/3가 바다인 나라에서 해군만으로 역부족이다. 그동안 해경도 공과가 있을 것이다. 진상조사가 끝난 후에 결정하고 실행해도 늦지 않다고 본다. 조직의 외형보다는, 사고구조 골든타임에 임했던 간부들의 태도에서 나타났듯, 경찰 간부 임용식에서 웃고 사진 찍는 책임자들의 복무에 임하는 태도부터 철저하게 검증해야할 것이다. 64년 역사의 해경이 해체된 뒤 외형만 바꾼다면 여전히 대한민국 바다는 안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바다를 딛고 다시 일어서는 방법을 현명하게 모색해야 한다. 무엇이 세월호 참사로 아까운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의 영령을 위하는 최선의 방법인지를 헤아려야 한다. 세월호 참사가 해경 해체와 유병언 일가의 체포로만 끝날 일이 아니란 얘기다.
이번 현충일, 국립 현충원에 세워질 무명용사의 비석이 세월호 사건으로 비탄에 빠져있는 우리 국민들의 마음을 작게나마 위로할 수 있길 바란다. 또한 이번 6.4 지방선거는 대한민국호를 향한 우리 국민들의 마음을 정확히 보여준 표심대결이었음을 위정자들은 아시길 바란다. (hooam.com/ 인터넷신문 whoi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