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초유 성분을 넣은 분유 제품들. 왼쪽부터 파스퇴르 `그랑노블`, 남양유업 `아이엠마더`, 일동후디스 `트루맘`. IS포토
"초유 함량이 많은 분유를 먹는 우리 아이, 감기도 걱정 없을 것 같습니다."
한 엄마가 유명 육아 카페에 남긴 글이다. 젖소의 초유에 면역 성분이 함유돼있다고 알려지면서 초유 성분이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 분유 업체 가운데는 남양유업, 일동후디스, 파스퇴르가 초유 성분을 넣은 분유를 사용하고 있다. 일반 분유보다 가격이 적게는 20%, 많게는 2배 이상 높은 편이지만, 아이의 건강을 생각하는 부모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면서 매출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국내 대표 분유업체의 지난해 매출 가운데 15%가 초유 분유 매출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를 제외한 미국·유럽·중국 등 대부분의 나라에서 신생아가 먹는 조제 분유에 소의 초유 성분을 사용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그 안전성에 문제가 제기됐다.
유럽·중국 등 조제 분유에 초유 사용 안해
호주·뉴질랜드에서는 6개월 미만의 영·유아용 분유에는 초유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초유 급식을 일체 금하고 있고 일본은 초유 분유를 의약품으로 지정해 약국에서 관리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2012년부터 초유를 신생아용 분유 원료로 사용할 수 없도록 법으로 규정했다. 초유를 장기간 복용했을 때 영유아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과학적 자료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소의 초유 성분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황종휘 인제대학교 일산 백병원 교수는 "초유 함유 단백질은 그 자체가 면역원으로 작용해 면역글로블린에 대한 민감성,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며 "급성 설사질환을 가진 영유아에게 초유 농축 제품의 유당은 위장관 질환을 유발하고 통증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알레르기·위장 질환·통증 유발할 수 있어
또다른 학계 전문가는 "소·돼지는 모체의 면역 인자가 초유를 통해서만 전달되지만 사람은 태반으로 통해 전달된 면역 체계가 아기의 몸속에서 스스로 면역 물질을 만들기 때문에 굳이 돈을 들여 초유 성분을 먹이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최근 열린 '초유 분유' 관련 토론회에서는 소의 초유를 사용하는 경우 수집과 가공 과정에서 미생물에 의한 변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지적됐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식약처에서는 아직 '초유 성분'에 대한 사용 기준이나 규정을 마련하지 않은 상태다. 면역력을 높아준다는 젖소의 초유 성분에 대한 건강 기능이 어떤 기관에서도 인정 받은 적이 없는 것이다. 허혜연 녹색소비자연대 식품국장은 "초유의 함유량 검출에 대한 식품 공전상의 인증 실험 방법이 존재하지 않아 제조사별로 자체성분 분석 기준을 사용하고 있어 공인실험방법 제정이 필요하다"며 "초유 성분 섭취 후 생길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서도 소비자들에게 적극적인 홍보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