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에 출전하는 여자축구 대표팀의 바람은 소박했다. 지난 2일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만난 대표팀 김정미(30·현대제철), 박은선(28·서울시청), 조소현, 전가을(이상 26·현대제철)은 입을 모아 "남자축구 대표팀처럼 공항에서 떠들썩한 환영을 받고 싶어요. 우리가 우승하면 그럴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다.
여자 대표팀은 2010년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U-17) 여자월드컵 우승, 20세 이하(U-20) 여자월드컵 3위, 광저우아시안게임 동메달 등 높은 성적을 거두면서 많은 인기를 누렸다.
광저우아시안게임 동메달을 목에 걸었던 전가을은 "그 때는 정말 대단했다. 그동안 우리끼리 열심히 노력했던 시간들을 보상받은 기분이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관심은 잠깐이었다. 박은선은 "WK리그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아직도 여자축구 리그가 있는 지도 모르는 사람이 많다. 경기장을 찾는 관중 10명 중 9명이 가족이고 1명이 팬"이라며 아쉬워했다.
맏언니 김정미는 "냉정하게 따지면 여자 대표팀이 남자 대표팀보다 인기도 없어 수익이 적고 지원도 더 부족하다"며 "여자축구가 더 대우받으려면 대표팀 성적이 중요하다. 아시안컵에서 우승한다면 공항에 환영 인파가 많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자 대표팀은 아시안컵 최초로 우승을 꿈꾼다. 대회 최고 성적은 지난 2003년 3위였다. 2010년에는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박은선은 "오랜만에 대표팀에 복귀했는데 동생들이 정말 열심히 훈련한다. 전력도 역대 최고다. 우리도 우승할 수 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고 했다.
한국의 투톱 박은선과 지소연(23·첼시 레이디스)은 국제대회 처음으로 동반 출격한다. 멀티 플레이어 조소현과 빠른 발을 가진 전가을 등 미드필드 라인도 좋다. 수비진에서 주축 심서연(25·고양대교)이 무릎 부상으로 하차한 게 아쉽지만 10여 년동안 한국 골문을 지키고 있는 노련한 수문장 김정미가 있다. 주장 조소현은 "아직 조직력이 30% 정도지만 틈날때마다 서로 의견을 공유하면서 우리만의 스타일을 만들고 있다. 대회 때는 최상의 경기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대진도 좋다. 여자축구 강호 북한이 약물파동 여파로 이번 대회 출전을 못했고, 일본은 한국과 다른 B조에 속해있다. 한국은 미얀마(15일), 태국(17일) 등 약팀을 상대한 후, 중국(19일)과 대결한다. 박은선은 "우리가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하면 훈련도 전혀 힘들지 않다. 오히려 욕심이 생긴다. 기대해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