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눈의 귀화 선수들의 과도한 의욕이 경기를 망쳤다. 그래도 후반 쫓아가는 저력에서 한국 아이스하키의 희망을 볼 수 있던 경기였다.
한국은 20일 고양 어울림누리 빙상장에서 열린 IIHF(국제아이스하키연맹) 세계선수권 디비전1 그룹A 헝가리와의 대회 개막전에서 4-7로 패했다. 1패를 안은 팀 중 골득실에서도 가장 밀려 최하위인 6위에 머물게 됐다. 이번 대회 6위 한 팀은 그룹B로 강등된다. 평창 올림픽 본선행을 노리는 한국(세계랭킹 23위) 입장에서는 잔류가 우선 과제다. 그러나 첫 경기에서 충분히 잡을 만한 상대 헝가리(세계랭킹 19위)에 패하며 적신호가 켜졌다.
한국은 역대 최강의 전력을 꾸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브락 라던스키(31·안양 한라)가 귀화했다. 지난 1월에는 마이클 스위프트(27)와 브라이언 영(28·이상 하이원)까지 특별귀화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변선욱 아이스하키 대표팀 감독은 "귀화한 외국인이 3명으로 늘었다. 영과 스위프트가 새로 합류하며 객관적 전력에서 역대 최강이다"고 말했다.
실제 팀 코리아(Team Korea)는 강했다. 그러나 초반 귀화 선수들의 과욕이 경기를 망쳤다. 이들은 경기 초반 거친 플레이로 퇴장 당하며 분위기를 내줬다. 무릎 부상으로 진통제 투혼을 보인 영도 이렇다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1피리어드 13분 36초 라던스키가 차징으로 2분간 퇴장을 당했다. 이어 진 파워플레이(퇴장으로 숫자에 차이가 나는) 상황이던 14분 18초, 바타리스 이스트반(24)에게 선제골을 내줬고, 17분 43초에는 벤크 안드라스(27)에게 추가골까지 헌납했다.
귀화한 공격수 스위프트는 2피리어드 4분 43초 에 헝가리의 세복 발라즈(20)의 얼굴을 가격해 완전 퇴장을 당했다. 아이스하키에서는 완전 퇴장을 당하면 5분 동안 한 명이 없이 경기를 치러야 한다. 이 파워플레이에서 아자리 졸트(28)에게 세 번째 골을 내주며 무너졌다. 한국은 7분 12초에 소프론 이스티반(26) 네 번째 골을, 17분 49초에 코바치 사바(30)에게 다섯 번째 골을 실점했다. 3피리어드 46초 만에 이스티반에게 여섯 번째 골까지 내줬다.
3피리어드에는 한국의 힘을 보여줬다. 2피리어드 15분 16초에 첫 골을 뽑았던 라던스키는 3피리어드 2분 52초에 두 골을 넣었다. 2-6이던 3피리어드 7분 3초에 신상훈(21·연세대)이 세 번째 골, 16분 1초에 이돈구(26·안양 한라)가 네 번째 골을 넣으며 4-6까지 쫓아가는 저력을 보였다. 2분을 남겨 놓고 한국은 골키퍼까지 빼고 공격수를 넣는 승부수를 띄웠지만 역습으로 이스티반에게 쐐기골을 내주며 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