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결여'는 자타공인 이 시대 최고의 드라마 작가 김수현의 1년여만의 컴백작. 또 서태지와의 이혼으로 화제를 뿌린 이지아가 '이혼녀'로 출연하면서 방영 전부터 기대와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세결여'는 감동과 재미 중 어느 하나도 제대로 잡지 못한 채 평범한 수준의 드라마로 막을 내렸다. 극 중후반으로 넘어가면서 계모 손여은(채린)의 시월드와 싸우는 '광기쇼'가 시청자들의 구미를 당겼지만 그 마저도 잠시였다. 극종영을 앞두고 갑자기 캐릭터들이 착하게 돌변했다. 주요 캐릭터의 일관성이 떨어지면서 스토리도 매력이 떨어졌다. 특히 이지아·송창의 등이 주연배우들이 조연에 비해서도 주목받지 못하는 희한한 드라마가 돼버렸다.
▶타이틀롤 없었다.
타이틀롤 이지아의 활약이 안 보였다. 역대 김 작가의 드라마 속 여주인공은 연말 드라마 시상식의 꽃이 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지아는 김 작가의 드라마 주인공치곤 주목을 너무 받지 못했다. 김 작가 특유의 차진 대사를 구사하기엔 연기력이 받쳐주지 못했다. 또 가정을 위한 자기희생은 뒷전이고 수가 틀리면 이혼카드를 꺼내는 은수란 캐릭터도 지지를 받지 못했다. 이지아는 "많이 어렵고 힘든 작업이었지만 그만큼 스스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최고의 연출진, 배우들과 호흡을 맞출 수 있어 정말 감사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종영소감을 말했다.
이지아의 활약이 미미한 반면, 채린 역의 손여은·슬기 김지영·다미 장희진·임실댁 허진 등의 활약은 두드러졌다.
▶널뛰는 캐릭터
이지아뿐 아니라 다른 인물들의 행동에도 개연성이 너무 떨어졌다. 송창의(태원)가 손여은(채린)을 대하는 태도가 제일 이상했다. 자신의 딸을 폭행한 계모 손여은(채린)이 어린시절 부친에게 폭행을 당하며 살았다는 과거를 알면서 부터 이상하게 캐릭터가 요동쳤다. 송창의는 갑자기 손여은에게 자비를 베푸는 천사로 돌변한다. 미저리에 가깝던 손여은은 송창의의 친절 하나에 '언제 그런 행동을 했냐'는 듯이 개과천선한다. 독하게 싸우던 시월드와도 순식간에 행복해졌다. 독설을 퍼붓던 시어머니 김용림(최여사)은 식사 자리에서 손여은과 덕담을 주고 받았고 시누이 김정난도 장미를 띄운 한 욕조에 몸을 담근다. 40부작 드라마의 종영을 앞두고 급작스런 '해피엔딩'이 시청자를 실망시켰다.
시청자 반응이 냉담하니 시청률도, 화제성도 예전만 못했다. 극 초반에는 10%를 넘지 못하는 시청률에 고전하다 이지아의 두 번째 이혼과 손여은의 악행 덕분에 그나마 10%후반대로 올라갔다. 한 방송 관계자는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 치고는 성적이 초라하다. 정을영 PD가 드라마 시작전 연출을 포기하고 주연 여배우가 바뀌는 등 우여곡절이 많아 당초 예상했던 대로 잘 풀리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