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아파했고 많이 울었다. 마음껏 슬퍼하고 난 뒤 그만하자는 마음으로 툭툭 털어버렸다."
19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임창정(41)의 얼굴엔 웃음꽃이 가득했다. 지난 해 4월, 결혼 7년 만에 이혼의 아픔을 겪은 그늘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원없이 슬퍼하다가 어느 날 거울을 봤는데 그만해야겠다 싶더라. 더 고민한다고 달라질 건 없으니까. 그리고 습관처럼 큰소리를 내서 웃었다. 힘들어도 억지로 웃었다. 그러다보니 나도 모르게 웃을 일들이 생기더라"고 말했다.
한참 울고났더니 '가수 임창정'에겐 제2의 전성기가 찾아왔다. 3년 만에 발표한 싱글 '나란 놈이란'으로 음원사이트 1위를 석권했고 지난 2월 시청자 8억명을 보유한 중국 CCTV '춘완'에서 '문을 여시오'를 불러 중화권 팬들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여세를 몰아 20일 정규 12집 '흔한 노래… 흔한 멜로디…'를 발표한다. '임창정표' 애절한 발라드곡 '흔한 노래'로 또 다시 음원차트 점령을 노린다. 1995년 '이미 나에게'로 데뷔한지 19년 만에 첫 전국투어 콘서트도 연다. 5월 23일 서울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을 시작으로 전국 7개 도시에서 '흔한 노래 흔한 콘서트'를 펼친다.
-정규 12집 발표까지 5년이나 걸렸다.
"콘서트 욕심 때문에 정규앨범을 계획했다. 지난 해 9월 싱글 '나란놈이란'을 발표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너무 오래 쉬다가 콘서트를 하면 나의 존재를 몰라줄 것 같더라. 사실 앨범을 12장이나 내고 콘서트를 이렇게 하지 않은 가수는 나밖에 없을 거다.(웃음)"
-콘서트 욕심은 왜 생겼나.
"15년 전에 팬미팅 형식의 콘서트를 두 번 한 게 전부다. 그 사이 DJ DOC 등 친한 가수들 콘서트를 갔는데 팬들과 함께 하는 모습이 너무 부럽더라. 공연 중간에 술도 마시고 허심탄회하게 속내도 터놓고. 나도 나를 좋아해주는 분들과 즐기고 싶었다. 그 계획이 드디어 눈앞에 펼쳐졌다. 최상의 컨디션을 위해 3개월 전 담배까지 끊었고 연습 중이다."
-이번 앨범 제목에서 '흔한'을 강조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누구나 자신의 이별, 상처는 특별하다. 사실 누구나 겪는 일들인데도 제일 아프다. 아픔이 와도 누구나 다 겪는 거니까 덤덤하게 이겨낼 줄 알아야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수록곡 12곡 중 가장 흔한 멜로디의 곡을 타이틀 곡으로 선택했다. 그래야 전체적인 컨셉트와 맞으니까."
-수록곡 '임박사와 함께 춤을'은 제목부터 특이하다.
"신바람 이박사와 함께 한 곡이다. 흥겨운 걸로 치면 국내 최고 아닌가. 일본에 계신다길래 녹음실까지 모셔서 작업을 했다. 1시간동안 애드리브를 해주셨다. 원하는 부분만 뽑아서 곡에 입혔는데 진짜 신난다. 3주 뒤에 뮤직비디오도 찍을까 생각 중이다."
-제2의 싸이가 욕심나는 거 아닌가.
"말도 안 된다. 그냥 즐기고 싶어서 만든거다. '계속 웃으면 좋은 일이 생긴다'는 경험담을 널리 전파하고 싶기도 하고. 원래 신나는 댄스곡에 욕심이 워낙 크다. 좀 더 나이 먹고 하는 것보다 지금 하는 게 낫지 않나. 지난 해 9월 선보인 '문을 여시오'도 같은 의도에서였다. 감사하게도 중국 분들이 '문을 여시오' 뮤직비디오를 좋아해주셔서 지난 2월 CCTV '춘완'에까지 출연했다. 모든 게 싸이가 '강남스타일' '젠틀맨'으로 해외 진출의 길을 닦아놓은 덕분이다."
-싸이와 친한 걸로 알고 있는데.
"아직도 연락하면서 지낸다. 며칠 전에도 미국에서 문자가 왔더라. '갑자기 형이 많이 보고 싶다. 한국 가면 소주 한 잔 하자'고. 참 대단한 친구다. 사실 싸이가 없었다면 나의 중국 진출이 가능하기나 했겠나."
-2003년 가요계 은퇴를 선언했다. 6년 뒤 은퇴를 번복하고 11집을 발표했는데 이유가 궁금하다.
"번복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앞으로 남은 시간은 오랫동안 무대에 서고 싶다. 사실 무대 울렁증이 있었다. 그래서 무대에 오르는 걸 꺼려했다. 음악 방송에서 노래 할 때 다른 가수의 팬들이 나를 바라보지 않는 것도 힘들었다. 그래서 늘 노래를 마치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근데 어느 순간 모든 걸 내려놓게 되더라. 그러다보니 노래가 끝나면 아쉽고 무대에 더 있고 싶더라. 없어봐야 소중하다는 걸 아나보다."
-지난 해 4월 이혼을 하는 등 개인적으로는 힘든 일이 많았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걱정하고 속상해한다고 없던 일이 되지 않으니까. 하지만 툭툭 털기엔 힘든 일들을 겪다보니 '한 번쯤은 슬퍼도 해보자'는 생각이 들더라. 원없이 슬퍼하다가 어느 날 거울을 봤는데 그만해야겠다 싶었다. 그리고 습관처럼 큰소리를 내서 웃었다. 그러다보니 나도 모르게 웃을 일들이 생기더라. 옛말 틀린 거 하나 없다."
-가수·배우·야구선수 등 직업이 많다.
"내 직업은 하나다. 대중예술을 하는 광대다. 대중이 원하는 자리에 갈 때마다 내 앞에 붙는 수식어가 달라지는 것이라 생각한다. 멀티엔터테이너의 길을 걷는 후배들도 이런 점을 명심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