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들'(2012)이 몰고온 '멀티캐스팅'바람이 올해도 충무로를 장악하고 있다. 하반기 개봉을 앞둔 '해적'부터 '상의원' '기술자들' '베테랑' 등이 스타급 배우들을 한꺼번에 내세운 대표적인 멀티캐스팅 영화들이다. 현재 촬영중이거나 촬영을 준비중이다.
'멀티캐스팅' 영화란 스타급 배우들을 대거 캐스팅한 작품을 일컫는 신조어다. 2012년 김윤석·이정재·전지현·김수현 등을 내세워 '천만영화' 대열에 합류한 '도둑들' 이후 '베를린' '신세계' '관상' 등이 역시 멀티캐스팅으로 흥행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멀티캐스팅 영화의 효과가 증명되면서 배우들 사이에서도 '원톱'만 고집하던 분위기가 사라졌다. 오히려 좋은 동료 배우들과의 시너지를 내면서 동반상승효과를 노리는 이들이 많아졌다. 영화팬들의 입장에서도 스타급 배우들을 한 작품에서 볼수 있으니 금상첨화가 따로 없다.
멀티캐스팅 영화의 열풍이 끊이지 않는 이유를 짚어봤다.
▶2014년 영화계, 멀티캐스팅 영화 줄서
멀티캐스팅 열풍의 첫 스타트를 끊은 작품은 2012년 말 개봉한 '도둑들'이다. 전지현·김윤석·김혜수·이정재·김수현 등 초호화 캐스팅으로 개봉하자마자 영화 팬들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키더니 22일만에 천만관객을 돌파했다. 이후 '베를린'(716만. 하정우·전지현·한석규·류승범) '신세계'(468만. 최민식·이정재·황정민) '관상'(913만. 이정재·송강호·백윤식·김혜수·조정석·이종석) '화이'(239만. 여진구·김윤석·조진웅·장현성) 등 스타급 배우들을 전면에 내세운 멀티캐스팅 영화의 히트 퍼레이드가 이어졌다. 멀티캐스팅의 장점이 증명된 셈이다.
올해 가장 먼저 관객을 만나게 될 멀티캐스팅 영화는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이다. KBS 2TV '상어'에서 호흡을 맞춘 김남길·손예진이 다시 남녀 주인공으로 나서 기대를 모은다. 여기에 유해진·이경영·박철민·조달환·설리 등 스타급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탄탄하게 뒤를 받쳐준다. 현재 촬영이 진행중인 '상의원'도 마찬가지다. 조선시대 실제로 존재했던 의보 관련 기관인 상의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 한석규를 비롯해 고수·박신혜·유연석·마동석 등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한다. 각각의 배우들이 일정 분량을 나눠가지며 치열한 연기대결을 펼치고 있다는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영화 '베를린'으로 700만 관객을 동원한 류승완 감독도 또 한번 멀티캐스팅 영화를 준비 중이다. 신작의 제목은 '베테랑'. 황정민을 비롯해 유아인·유해진·정웅인·정만식·오달수 등 연기파 배우들이 총출동한다. 장윤주도 이 작품으로 스크린에 데뷔한다. 잘 알려진 스타급 배우들만 10명이 등장하는 '특대형 멀티캐스팅'영화다.
2012년 '공모자들'로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을 수상한 김홍선 감독의 신작 '기술자들'도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한다. '대세 배우' 김우빈의 캐스팅으로 일찌감치 기대를 모았고 여기에 이현우·고창석·김영철·정만식·신구·조윤희 등이 합세했다.
▶멀티캐스팅 열풍
관객들의 입장에서 멀티캐스팅 영화의 특장점은 좀처럼 보기 힘든 톱 배우들을 한 영화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여러 캐릭터의 매력이 입체적으로 살아야 보는 재미 역시 한껏 높아진다. 영화에 대한 사전 정보가 없어도 오직 출연하는 스타 배우들만으로도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때문에 마케팅 효과도 높다.
호화 캐스팅을 하다보면 당연히 제작비는 올라가지만, 껑충 제작비를 상쇄할 만큼 관객 유도 효과가 충분하다는 얘기다. 영화 홍보사 퍼스트룩 강효미 실장은 "티켓파워를 가진 배우들이 다수 출연한다는 건 관객입장에선 아주 중요한 영화 선택 요소다. 대중들이 영화의 내용은 잘 모르더라도 캐스팅만으로도 관심을 보일 수 있다"며 "멀티 캐스팅 영화는 홍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전했다.
흥행에 대한 부담을 배우들이 나눠질 수 있다는 점에서도 환영받는다. 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 측은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하기 때문에 캐릭터별로 여러 이야기를 엮어 전체적으로 줄거리를 풍요롭게 할 수 있다. 캐릭터의 다양화를 통해 원톱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며 "배우들도 영화 전체의 흥행을 홀로 안고 가야한다는 부담감을 내려놓고 편하게 연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멀티캐스팅이 곧바로 흥행을 의미하진 않는다. 이야기는 부실한데 스타만 데려다 놓는다고 흥행이 될 리 없다. 한 영화 관계자는 "멀티캐스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야기 자체가 탄탄해야 한다. 화려한 배우들이 영화의 스토리를 빛나게 해줘야지 배우들만 눈에 띈다면 의미가 없다. 배우들이 많기 때문에 분량 조절과 배우들의 조화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스토리와 더불어 캐릭터의 입체감도 중요하다. 관계자는 "여러명의 캐릭터가 등장하기 때문에 캐릭터 하나하나가 입체적이지 않으면 오히려 몰입도를 떨어뜨리고 산만한 느낌을 줄 수 있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