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화(25·서울시청)와 모태범(25·대한항공)이 27일 서울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남녀 500m 경기에 모두 기권했다. 모태범은 아예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상화는 경기를 앞두고 트랙을 가볍게 돌아본 뒤 레이스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이상화는 28일 1000m에 출전할 예정이지만, 모태범은 1000m에도 나서지 않는다"고 밝혔다. 소치 올림픽 여자 500m 금메달리스트 이상화와 남자 500m 4위 모태범은 경기 이틀 전인 25일 귀국해 이틀만에 겨울체전 참가 신청을 했다가 두 경기에 나란히 나서지 않았다.
소치 겨울올림픽에 참가했던 선수들은 대부분 별다른 휴식도 없이 겨울체전에 나서야 했다. 금메달 2개를 따낸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도 심석희(세화여고)를 제외한 나머지 4명은 모두 체전에 출전해야 했다. 올림픽 스타로 떠오른 컬링 여자 대표팀은 겨울체전 출전을 위해 지난 22일 귀국했다. 체전 준비 때문이었다. 여자 컬링은 사전 경기 방식으로 대회 개막(26일) 전인 24일에 치러졌다. 경기도청 팀인 이들은 귀국 후 곧바로 경북 의성으로 내려가 밤늦게 훈련을 해야 했다. 시차 적응, 체력 회복에 문제를 드러낸 컬링 대표팀은 준우승에 그쳤다.
올림픽이 끝난 뒤 선수들은 "이 순간을 즐기겠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선수들의 의사와 달리 쉴 틈도 없이 체전에 출전해야 했다. 체전 특성상 각 시·도의 경쟁이 있다보니 최대한 좋은 선수들을 출전시켜야 했고, 그 대상이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이었다. 한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국제 대회에 아무리 많이 나간다 해도 체전에서의 성적을 중시하는 풍토가 여전히 남아 있다. 그래서 체전에 출전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선수, 지도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을 통해 대회 흥행을 기대하는 부분도 있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겨울체전이 열리는 줄 몰랐던 사람들이 대다수였고, 경기가 열린 경기장은 대부분 텅텅 비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