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이수정은 ‘선머슴’이란 단어 하나로 딱 정리된다. 사내아이처럼 자랐다고 했다. 쉽게 상상하긴 힘들었다. (삼형제 중 둘째로 자란 내가 알 도리가 있나.) 결국 ‘돈 얘기’에서 느낌이 왔다. “돈 때문에 사람이나 생각을 버리진 않는다”는 거다. 이수정의 저 안쪽엔 ‘사내다운’ 면모가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
Q 어렸을 땐 어떤 소녀였나. 데뷔하기 전, 활동을 시작하기 전의 이수정은 어땠지?
A 그냥 선머슴.
Q 키 큰 애, 주목받는 애. 이런 건 기본적으로 있었을 것이고.
A 네, 키도 크다 보니까. 그리고 남자들이랑 잘 어울리고 동네 뛰어다니는 거 좋아하고. 옛날엔 예쁘게 꾸미고 옷도 여성스럽게 입고 그러질 않았어요. 저희 집에서도 저를 남자처럼 키웠어요. 옷도 그냥, 우리 언니는 예쁘게 입었다면 저는 그냥 티셔츠에 바지 입고, 머리도 맨날 짧게 잘랐고. 좀 남자처럼 자랐던 것 같아요. (이수정과 유년 시절을 보냈던 분들의 사진 제보라도 받았으면 싶은 대목.)
(시간이 이미 자정이 훌쩍 넘었다는 사실은, 밖에서 대기하던 우리 스태프가 “슬슬 마무리” 사인을 주기 전까지 전혀 알지 못했다.)
Q 활동하는 데 신경 쓰이는 것들도 있지 않나요? 예를 들면 과거 사진! 요즘 연예인들은 굴욕이라며 방송에서 그 사진을 뽀개기도 하고 막 그럴 정도인데.
A (일단 웃으면서 시작.) 어, 또 이렇게 말씀드리면 너무 재미없죠?! 솔직히 없어요, 호호호! (왜 겸연쩍게 웃고 시작했는지, 금세 알아챘다.)
Q 그런 것도 신경 안 쓴다? 아니, 뭐, 재미없진 않고, 그냥 솔직한 얘길 듣고 싶어서.
A 아니, 저는 과거 사진이, 언젠가 공개된 게 있었는데, 그때가 헤어 메이크업이나, 저는 그래요, 저는 옛날 모습도 예쁘고 지금 모습도 예쁘고 그러다 보니까, (윽, 공주병?) “옛날 모습 나오고 그러는 게 싫어요” 이러고 싶진 않거든요. 저는 그래서 그런 부분이 막 신경 쓰이고 그런 건 아니에요.
Q 희한하네? 왜냐면, 솔직히 말하면 좀 난감한 게, “신경 쓰이지 않고” “난 별로 심각하게 생각해본 거 없고” 대개가 이런 거잖아. 이건 모범답안도 아니고, 캐릭터가 되게 독특한 것 같아서….
A 으흡~!
Q 그런 얘기 안 들어요? 사람들한테? “너는 왜 애가, 사람들과 떠드는 것도 좋아하지 않고~ 허구한 날 먹는 것만 좋아하니~ 남자도 좀 사귀어봐라~” 그리고 “어쩌구저쩌구 하진 않냐”고 물으면 “그게 뭐 어때서?” 이러고…. 다 이런 주의자야. 아, 지금 뭐, 답이 없어요, 답이~.
A (무안한 웃음.) 답이 없어요~? (그래서 미안했는지 말은 이어보지만….) 지금쯤 관심사가 뭐 딱 뚜렷하게 없는 것 같아요. (역시 살짝 맥 빠지는 첨언에 불과.)
Q 내적으로 욕망하는 것도 없고?
A 그냥 일하고 싶고…. (뷁~!)
Q 결국은 또 일이네? 남자들은 이수정을 욕망하고 있고, 이수정은 일만을 욕망하고 있고?
A 근데 계속 제가 일을 해야 남성 팬분들이나 여성 팬분들이나, 저를 좋아하지 않든 저를 모르든, 그런 사람들을 위해 지금 일을 해야 어떤 제가 애인지를 알 거 아녜요. 그리고 저도 무슨 일이든 계속 해봐야 제가 무슨 생각을 하고 뭘 좋아하고 하는지를 알 거 아니에요. 그래서 일을 계속하고 싶은 거예요. (말은 맞다만….)
Q 나를 발견을 더 해야 되는구나? 일을 통해서?
A (끄덕끄덕.)
Q 그럼 그 ‘일’로 정리하죠? 이건 뭐 쓰거나 그러지 않을 수도 있고, 그냥 궁금한 건데, 그런 일과 앞으로의 활동을 통해서 내가 번 돈은 내가 먹고 살 만하고? 아주 거만하게 사치스러운 생활까지는 아니더라도 충분히 먹고는 살고 정도는 되나? “얼마 버냐?” 이런 건 물어봤자 답 안 할 테고.
A 지금요? 지금 뭐, 먹고 살고 자고…. 후훗!
Q 응, 아쉽거나 그래서 내가 일을 더해 돈을 더 벌어야, 뭐, 그렇지는 않은?
A 아, 저, 저는 돈에 따라가진 않아요.
Q 적게 벌면 적게 버는 대로, 많이 벌면 더 좋은 거고? (이런 걸 ‘적벌적쓰 많벌많쓰’라고, 오늘부터 부르기로 했다.)
A 네, 저는 절대, 근데 이게 어려서부터 그런 게 있었던 것 같아요. 돈에 제가 따라다니진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
Q 큰 관심이 없는 거구나, 돈에? 그 말이잖아요, 뒤집어보면.
A 관심이 없다? 왜요, 관심이 있죠. 돈을 많이 벌면 좋지만….
Q 집착하진 않는다?
A 네, 돈을 벌기 위해서 제가 뭘 버리고…. 돈을 위해서 사람을 버리거나 제가 가지고 있는 생각을 버리거나, 그렇게 해서 따라가진 않는다는 거죠. 그냥 제가 열심히 해서 돈을 많이 벌고 더 풍족한 삶을 살고, 또 남을 도와줄 수 있는 그런 위치에까지 오르면 좋겠지만, 저는 무슨 일을 하든 저를 버리거나 누굴 위해서 돈을 따라가진 않아요, 절대! (다섯 번째, 마지막 발견: 돈을 위해 소중한 것을 등지지 않는 의리의 이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