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32·소프트뱅크)가 일간스포츠에 '지옥의 사이판 24시간'을 공개했다. 일본 소프트뱅크에서 새롭게 우승에 도전하는 '빅 보이'는 지난 4일 약 3주 일정으로 사이판으로 개인 훈련을 떠났다. 하루 두 끼만 먹으며 잠자는 시간을 제외한 16시간의 일과를 버틴다. 그 사이 체중은 몰라보게 줄었고, 근육량은 눈에 띄게 늘어났다. 그는 "높은 몸값을 받는 프로 선수다. 이 정도 어려움은 당연히 극복해야 한다"며 "페이스가 정말 좋다. 올해는 더욱 발전한 이대호를 보여드리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지옥의 사이판을 통과하라
이대호의 기상시간은 오전 7시다. 아침 식사를 거르고 1시간 30분가량 자전거를 타거나 파워 워킹을 한다. 숙소 근처에 마련된 야구장에 도착한 뒤 오전 11시까지 체조와 단거리 위주의 러닝을 한다. 이대호의 전담 트레이너인 조철수(39) 토마토 피트니스센터 대표는 "공복 상태에서 유산소 운동을 하는 것이 포인트다. 운동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침 겸 점심을 먹은 뒤 오후 훈련은 2시부터 시작된다. 햇살이 뜨거운 사이판의 날씨를 고려해 낮 시간은 요가 등 밸런스 위주의 훈련으로 채운다. 롯데 시절부터 달고 있는 무릎 부상 재발을 방지하고 타격 균형 감각을 유지하는 데 요가가 특히 효과적이다. 이번 사이판 캠프의 특징 중 하나는 캐치볼과 배팅 훈련이다. 이대호는 "지난해에는 캐치볼만 했다. 새 팀으로 이적한 만큼 올해부터는 배팅 훈련도 병행하고 있다"며 "운동을 꾸준하게 했더니 컨디션이 좋다. 방망이 스윙만 해봐도 느껴진다. 확실히 다르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해가 저물어도 '빅보이'는 쉬지 않는다. 이대호는 오후 7시부터 본격적인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다. 근력 훈련과 함께 하체와 손목, 등 관리에 신경 쓰고 있다. 2시간30분가량의 '악' 소리 나는 체력 훈련이 끝나면 숙소에 마련된 수영장에서 스파를 하며 뭉친 근육을 풀어준다.
여자보다 적게… 철저한 식단 관리
지옥 훈련보다 '빅 보이'를 괴롭히는 건 채소 위주의 식단이다. 이대호는 사이판에서 하루 두 끼만 먹는다. 트레이너의 엄격한 검수 아래 끼니당 450~550칼로리에 맞추고 있다. 웬만한 여성의 한 끼 식사보다 열량이 낮다. 양상추와 브로콜리, 기름기를 뺀 고기와 과일이 식탁에 오른다.
이대호는 롯데 시절 체중이 140㎏ 이상 나가기도 했다. 원정경기를 떠나면 매일 밤 피자를 한 판씩 먹었다. 사이판에서도 마음만 먹으면 기름진 음식을 얼마든지 먹을 수 있다. 호텔 뷔페이기 때문에 각종 육류와 튀김, 밀가루 음식이 즐비하다. 한국 사람이 좋아하는 염분이 많은 국물도 많다.
하지만 프로는 자기 절제와 관리가 필수다. 조철수 대표는 "음식을 접시에 담은 후 어떤 음식을 먹는지 체크를 한다. 하지만 일일이 뭐라고 하지 않아도 고칼로리 음식은 알아서 피한다"며 "프로의식이 강한 선수다. 소프트뱅크로 이적하면서 각오도 더 단단해진 것 같다. 의지가 강하다"고 설명했다.
효과를 보고 있다. 이대호의 현재 몸무게는 약 126㎏ 정도로 목표치에 도달했다. 세부지표는 더 훌륭하다. 체지방량은 5㎏ 줄었지만, 근육량은 5㎏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