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작 '변호인'(양우석 감독)이 드디어 누적관객수 1000만명을 넘어섰다. 배급사 NEW는 19일(일요일) 오전 "'변호인'이 오늘 새벽 12시 57분을 기점으로 누적관객수 1000만명을 모았다"고 알렸다. 이로써 '변호인'은 한국영화계가 내놓은 9번째 '천만영화'가 됐다. 지난해 12월 18일 전야개봉후 33일만의 일. 주말을 넘기고 20일 월요일이나 21일 화요일께 1000만명 돌파가 이뤄질거란 당초 예상보다 일찍 얻어낸 성과다. 특히 역대 국내 개봉작 흥행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아바타'(최종관객수 )보다 6일이나 이른 시점에 1000만명을 모아 '역대 흥행순위가 바뀔수도 있겠다'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언제나 그렇듯 '변호인'의 성공 뒤에도 '천만영화'의 필수조건이라 불리는 요소들이 있었다.
하지만, 신인감독이 연출을 맡은데다 흔한 스크린 독과점 논란도 없이 꾸준히 관객을 모아 ''천만영화'의 흥행공식을 바꿔버린 결과'라는 말도 듣고 있다. '변호인'의 '천만흥행'을 받쳐줬던 것들, 그리고 '천만영화'의 필수조건중 유독 '변호인'에게게만 없었던 요소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봤다.
▶'변호인' 1000만흥행에 'OOO' 있었다
'변호인'도 역대 '천만영화'가 가지고 있던 필수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었다. 첫번째는 '화제성'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젊은 시절과 '부림사건'을 영화화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미 개봉전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홍보를 시작하기도 전에 자연스레 영화의 존재가 알려졌다. 하지만, 높은 화제성만큼이나 소재와 내용이 민감해 자칫하면 논란만 되고 외면을 받을수도 있었던게 개봉 직전의 상황이다. 실제로 일각에서는 '변호인'이 개봉되기 전부터 '특정 정치색을 부각시키는 영화'라는 비난이 쏟아졌고 포털사이트에서는 의도적으로 낮은 점수를 주는 '평점테러'가 일어나기도 했다. 영화적 재미와 '진정성'을 알리기위해 전국적인 시사회와 무대인사까지 진행하며 선입견에 맞서야만했다. 열정에 대한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개봉뒤 긍정적인 입소문이 퍼져나갔다. '약간의 논란'은 오히려 '변호인'에 대한 관심을 더욱 증폭시키는 역할을 했다.
'천만영화'에는 항상 '신뢰할만한 배우'가 존재한다. '변호인'에는 송강호가 있었다. 이미 2006년 '괴물'로 '천만배우'가 됐고, 지난해 '설국열차'와 '관상'으로 각각 9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모은 인물이다. 특히나 '변호인'에서는 웃음과 눈물, 뜨거움과 차가움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연기로 '대체할 배우가 떠오르지 않는다'는 극찬을 끌어냈다.
반복관람 열풍 역시 한 편의 영화가 '천만흥행'을 일궈내는데 꼭 필요한 조건이다. 영화예매사이트 맥스무비에 따르면, 역대 '천만영화'의 평균 재관람율은 평균 7.8% 정도다. 재관람율이 이 정도 수치는 기본적으로 넘어서야 '천만영화'가 될수 있다는 말. 현재까지 조사된 '변호인'의 재관람율 역시 이 수치를 넘어섰다. '천만흥행'을 일궈낸 한국영화들의 평균 재관람율 수준을 맞춰주고 있으며 외화 '아바타'보다 더 높다는게 예매사이트 및 극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단체관람이 많다는것 역시 '변호인'의 1000만명 동원에 큰 힘이 됐다. '좋은 영화'로 부각되면서 연말 각 회사 등 조직의 단체관람 혜택을 누렸고, 이후에도 이 영화의 지지자들이 앞장서 단체관람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도 가수 이승환이 팬들과 함께 '변호인'을 단체관람했고 야당 인사들도 단체관람을 해 화제가 됐다. 지난 3일에는 문재인 의원이 140석 규모의 극장을 빌려 과거 '부림사건'의 관계자들과 '변호인'을 봤다.
영화평론가 전찬일(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필름마켓 부위원장)은 "과거 몇몇 작품은 완성도나 재미와 무관하게 화제성 때문에 흥행에 성공했다. 하지만, '변호인'은 내실이 탄탄한 영화라 관람객 사이에서 만족도가 굉장히 높다. 화제성을 이용한게 아니라 좋은 작품이 화제성까지 뛰어났던 것"이라고 평가했다.
▶'OOO' 없이도 1000만명 모았다
역대 '천만영화' 중 신인감독이 연출한 작품은 '변호인'이 처음이다. 국내 첫 '천만영화'가 된 '실미도'(03)는 충무로를 대표하는 강우석 감독의 연출작이었고, 그 뒤를 이은 '태극기 휘날리며'도 '은행나무침대' '쉬리'등을 만든 강제규 감독이 연출했다. '괴물'(06)과 '도둑들'(12)은 각각 봉준호·최동훈이라는 스타감독에 의해 탄생한 작품. 이준익 감독도 '왕의 남자'(05)로 유명인사가 되기 전 이미 두 편의 연출작을 내놨을뿐 아니라 수많은 영화의 제작에 관여했던 충무로 터줏대감이었다. 반면, '변호인'의 양우석 감독은 이 작품 이전에 뚜렷하게 내세울만한 필모그래피가 없다. 물론, 인기웹툰 '브이' '스틸레인'의 스토리작가로 이름을 알렸고 영화 프로듀서로 활동했던 이력이 있지만 연출을 한 적은 없었다. 신인감독이 데뷔와 동시에 '천만감독'이 된건 한국영화계에서도 처음 있는 일이다.
'변호인'은 1000만명을 극장으로 불러들이는 동안 단 한번도 독과점 논란에 휩싸이지 않았다. '변호인'의 평소 스크린수는 800여개 수준. 주말이면 최대 920여개까지 늘었다가 평일이면 100여개가 줄어드는 식이다. 5주차로 들어오면서 평일에는 600여개로 떨어지기도 했다. 국내 전체 스크린수를 따져보면 약 2200여개. 그중 '변호인'이 주말에 900개 이상을 가져간다는 차원에서 '독과점 논란'이 나올법도 하다. 그렇지만 '변호인'의 배급사가 극장을 소유하지 않은 NEW라는 점, 그리고 '변호인'을 찾는 관객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점에서 '배급사의 밀어붙이기가 아니라 수요자가 있기에 나올수 있는 당연한 결과'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로 '변호인'의 개봉 4주차까지도 '현장 티켓을 못 구해 다른 영화를 봤다'는 글들이 SNS에서 자주 발견됐다. 그만큼 많은 관객이 이 영화를 찾았다는 말이다. 앞서 '도둑들'이 최대 1091개, '광해'가 1001개까지 스크린을 장악하며 '장기전'을 펼쳐 스크린독과점 논란에 휩싸였을 때와 사뭇 다른 분위기다.
영화계 한 관계자는 "'도둑들'과 '광해'가 스크린을 장악하고 있을때는 영화계 내에서도 불만이 많았다. 이미 볼 사람은 다 본 영화인데 '버티기'를 하는 모양새였다. '변호인'도 많은 스크린을 장악하고 있지만 어느 정도 이해가능한 수준이다. 단, 22일 세 편의 한국영화가 동시에 개봉되면 '변호인'도 상당수 스크린을 빼앗길것 같다. 공정한 승부를 펼치며 얼마나 뒷심을 발휘할지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