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짱 골퍼’로 유명한 최나연(26·SK텔레콤)에게 ‘기부 천사’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골프 선수 중 유일하게 아너소사이어티(1억원 이상 기부자 모임) 회원인 최나연은 16일 경기 평택 조손가정과 성육보육원 어린이들을 위한 행복 나눔 자선행사를 가졌다. 프로 데뷔 후 벌써 9년째 자선행사를 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NH농협손해보험과 함께 평택 조손가정을 위한 지원금과 김장 담그기, 성육보육원 컴퓨터실 마련까지 총 7000만원을 기부했다.
최나연은 이번 자선행사를 포함해 순수하게 자신의 힘으로 경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한 금액이 1억원을 넘었다. 한국형 노블레스 오블리주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의 진정한 회원이 된 셈이다. 그는 골프장갑 대신 기꺼이 고무장갑을 끼고 김장을 담그며 따뜻한 이웃사랑을 전했다. 이번에는 팬클럽 회원 15명과 함께 담근 김장 1000포기를 조손가정 등에 전달했다.
최나연은 지금까지 다방면적으로 도움의 손길을 전하고 있다. 소년소녀가장 장학금 기부뿐 아니라 어린이 환자들을 위한 수술비도 지원했다. 또 열악한 복지시설을 개선하기 위해 보육원과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컴퓨터실을 기증하기도 했다. 컴퓨터 선물을 받은 성육보육원 아이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폈다.
프로 스포츠스타 중 최나연처럼 꾸준히 그리고 성심성의껏 기부 활동에 앞장서고 있는 선수는 드물다. 최나연에게 기부는 과연 어떤 의미일까. 최나연은 미안하다는 말을 꺼냈다. 좀 더 자주 이런 자리를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자기반성과 겸손의 표현이었다. 그는 ‘기부’에 대해 한 마디로 요약하지 못했다. “뭐라고 한 마디로 정리하기 힘들지만 계속해왔기 때문에 부담 없이 하고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손길이 필요한 소외계층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게 기쁘고 덩달아 제 마음도 편안하고 뿌듯해진다.” “일단 기부를 시작하면 멈추기 어려울 만큼의 기쁨을 준다”는 답변이 왜 기부를 하는지 단적으로 설명해줬다.
최나연은 팬과 스킨십이 가장 많은 선수로 유명하다. 지난 14일 경기 동탄의 친오빠네 가게에서 팬 40여 명과 조촐한 팬미팅 자리를 가졌다. 그는 기부문화를 팬들에게까지 전파하고 있다. 이번 팬미팅은 일일찻집 같은 개념으로 진행했는데 수익금 전액을 불우이웃을 돕는데 기탁했다고 한다. 최나연은 “팬들과 함께 기부를 할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고, 많은 분들이 오셔서 의미 있는 자리가 됐다”고 미소를 지었다.
최나연은 팬들에게 ‘이장’으로 불린다. ‘최나연 프로의 아름다운 골프마을’이 팬클럽 이름인데 최나연은 ‘이장’으로 통한다. 그에게 팬의 의미를 물어보니 ‘원동력’이라고 주저 없이 대답했다. 항상 그 자리에서 따뜻한 눈길로 지지하는 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거기에 미안한 마음까지 담았다. “팬들이 가장 바라고 좋아하는 일이 성적일 텐데 이번 시즌에 우승을 못해서 죄송한 마음이다. 다음 시즌에는 꼭 우승을 통해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겠다.”
온정의 손길을 모아 김장 양념을 버무리던 최나연과 그의 팬클럽 회원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