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의 팔꿈치 및 어깨 수술. 한 때는 선수생명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힘든 재활 과정을 거친 뒤에는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눈만 뜨면 어깨 상태를 살폈다. 2013년, 재기에 성공했고 그 동안 응어리진 모든 아쉬움을 털어냈다. 삼성 신용운(30)의 이야기다.
신용운은 지난 2일 한국프로야선수협회가 주최한 '2013 플레이어스 초이스 어워드'에서 재기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자신의 야구 인생이 모두 담겨있는 뜻깊은 상이다. 500여명의 프로야구 선수들이 직접 뽑아 의미가 더 컸다. 신용운은 올 시즌 총 44경기에서 2승 2홀드 평균자책점 2.03으로 마운드의 한 축을 든든히 지켰다. 그는 "프로 입단 후 처음받는 상이다. 우여곡절을 겪은 뒤 상을 받게 돼 더 영광이다"며 "12년차 투수로서 프로에서 처음 받는 상이 재기상일 될 줄 몰랐다"고 웃었다.
신용운의 야구인생은 험난했다. 지난 2002년 KIA에 2차 1라운드(전체 5순위)로 입단한 그는 2년차 때 11승3패 4세이브 11홀드 평균자책점 3.63을 기록했다. 사이드암 투수로 140km대 중반을 던지며 불펜 투수로 우뚝 섰다. 2002~2005년까지 총 182경기에서 21승11패 22세이브 15홀드 평균자책점 3.18로 전천후 활약했다. 오직 팀 우승만 생각하고 던졌다. 그러나 이내 시련이 찾아왔고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2005년과 2009년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았다. 특히 2009년에는 경찰야구단에서 복무하며 당시 소속팀 KIA의 우승을 씁쓸히 지켜봐야했다. 2011년 9월에는 어깨 부상으로 수술대에 올랐다. '신용운은 끝났다'라는 평가가 들렸고, 신용운도 "나도 그런 줄 알았다. 자포자기하는 마음도 가졌었다"고 털어놨다.
모두가 힘들다고 할 때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다. 지난 2011년 2차 드래프트 1차지명(전체 8순위)으로 KIA에서 삼성 유니폼으로 갈아 입었다. 신용운은 "나 같은 사람을 뽑을 줄 몰랐다"고 했지만, 삼성은 그를 믿었다. 그리고 긴 재활 끝에 올 시즌 1군 마운드로 돌아왔고, 불펜투수로 맹활약했다. 먼 길을 돌아온 만큼 평생 잊지 못할 기쁨이 찾아왔다. 신용운은 그 동안 '우승 갈증'에 시달렸고, 그의 간절함을 알고 있던 83년생 팀 동료들은 '신용운을 위해서라도 우승하자'며 힘을 합쳤다. 삼성은 4승3패로 대역전극을 달성하며 3연속 통합우승에 성공했다. 우승 확정 뒤 삼성 선수 중 눈물을 흘린 이는 신용운이 유일하다. 그는 "정말 우승 한 번 해보고 싶었다. 아직도 뭉클하고 뿌듯하다"며 "운도 따라줬고, 복(福) 있는 한해였다"고 돌아봤다. 연말 시상식에서 재기상까지 수상한 그는 "이제는 말 그대로 (야구를) 그만해도 한(恨)이 없다. 팀 우승과 수상을 통해 다 풀었다"고 밝혔다. 류중일(50) 삼성 감독은 "신용운이 올 시즌 정말 잘해줬다"며 칭찬했다. 신용운은 "재기를 위해 정말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다. 나를 믿어준 구단과 코칭스태프, 그리고 이한일 삼성 재활군 트레이너와 안병철 삼성 트레이닝 센터장님께 정말 고맙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다"고 했다.
신용운은 2014 시즌을 더 빨리, 더 힘차게 출발할 예정이다. 오는 12월 말 팀 동료 최형우·안지만(이상 30) 등과 함께 괌에서 먼저 훈련을 시작할 예정이다. 그는 지난달 팔꿈치 수술을 받은 최형우에 대해 "형우 재활은 제가 책임져야죠"라며 웃었다. 그러고선 "내년 시즌에도 몸이 안 아프고 버텨준다면 패전처리가 되더라도 묵묵히 내 역할을 다 하는게 1차적 목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