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석(42·네파 익스트림팀), 박헌영(36·네파 익스트림팀)씨는 프로페셔널 다이버다. 물 속 수중세계를 유영하는 다이빙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이라는 말이다. 다이브리조트(Dive Resort)에서 장비 대여와 초보자 교육이 아닌 전문 다이버로서 밥벌이를 하는 사람은 국내에서 두 사람이 유일하다. 둘은 지난 2005년 필리핀 해안에서 수심 152m까지 내려갔다. 국내 심해 잠수 최고 기록 보유자다. 그러나 이후 수중 세계에서 깊이는 중요하지 않게 됐다. 장비가 첨단화되면서 실력과 비용만 뒷받침된다면 이보다 더 깊은 바다도 어렵지 않게 된 것이다.
둘은 이후 심해 탐사로 눈을 돌렸다. 지난 2009년에는 한국해양연구원의 탐사원으로 동중국해를 탐사했다. 같은 해에는 제주 남쪽 이어도과학기지 수중을 수시로 들락거리며 기지의 보수와 관리를 도맡아 해오고 있다. 그러니까 둘에게 이어도는 환상 속의 섬이 아니라, 집 앞 마당인 셈이다.
끝 모를 호기심은 동굴 탐험의 세계로 이끌었다. 지난 2006년 경북 울진 성류굴(천연기념물 155호) 수중 탐사를 비롯해 충남 단양 온달동굴(천연기념물 261호), 제주 용천굴(세계자연유산) 수중 탐사를 진행했다. 2012년, 국내 최장 수중 동굴로 밝혀진 강원 정선 백전리 ‘용소굴’ 물 속 세계를 밝힌 사람도 박재석·박헌영 콤비다. “물 속 세계는 확실히 두려움이 있어요. 하지만 이게 또 스릴이죠.” 박헌영씨의 말이다. 두 사람은 현재 한국동굴연구소의 수중탐사분과에서 활동하며 아직도 미지의 세계로 남아 있는 동굴 탐사를 계속하고 있다.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다이버로서 전세계 톱클래스 다이버들과 함께 프로젝트도 준비하고 있다. 2차대전 중 필리핀 심해에 가라앉은 난파선을 탐사하는 계획이다. 톱클래스 다이버 수백 명이 참가해야만 가능한 빅이벤트. 국내에서 150m 이상 심해에 들어갈 사람은 이들 뿐이라 한국을 대표해 참가할 생각이다. 올해 안에 프로젝트가 시작될 계획이었으나, 내년으로 미뤄졌다.
물론 오픈워터라이센스 등 초보자 교육도 하고 있다. 큰 수입이 되지는 않지만, 다이빙 저변 확대 차원에서다. 지난 7월에는 네파아웃도어스쿨 참가자 6명과 함께 강원 강릉 앞바다에서 ‘더블탱크’ 교육을 하기도 했다. 압축 공기 탱크 2개를 짊어지고 보다 깊은 바다를 유영하는 것이다. 레저 차원에서 진일보한 영역으로 근래 저변이 늘면서 수요가 늘었다.
겨울에는 두께 1m 남짓의 얼음을 깨고 들어가는 아이스다이빙을 시도한다. 수중에서 올려다보는 푸르스름한 얼음은 전문 다이버만이 느낄 수 있는 세계다. 이번 겨울, 네파아웃도어스쿨 일반인 참가자들과 함께 할 계획이다. 참가자는 1월중 네파아웃도어스쿨 홈페이지에서 모집할 계획이다.
둘은 늘 유쾌하다. 물 밖에 있을 때는 늘 ‘톰과 제리’처럼 농담을 주고 받는다.10년 이상을 함께 한 파트너 이상의 관계다. 평소의 호흡이 수중에서 위험에 처했을 때 그대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수중에서 사고가 나면 나를 구해줄 사람은 파트너 밖에 없어요. 또 내가 실수를 하면 곧바로 파트너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거든요. 물 속에 있든 물 밖에 있든 일심동체가 돼야 하죠.” 박헌영 씨의 말이다.
다이버라면 산꾼 못지 않게 말술을 할 것 같지만, 술과 담을 쌓고 산다. “저는 한 모금도 못 하고, (재석)형은 소주 반잔이에요.” 박헌영씨의 말이다. 다이버에게 음주는 첫 번째 금기다. 그래서 ‘알코올 DNA’를 없이 태어난 두 사람은 하늘이 내려준 다이버인 셈이다. 하지만 술자리는 마다하지 않는다. “술 한 잔 안 마셔도 다른 사람보다 잘 노는 사람들 있잖아요. 우리가 그래요.”
두 사람의 꿈은 에베레스트(884m) 등정이다. 다이버가 왜 세계 최고봉을 목표로 걸었을까. 해저 152m까지 내려간 적이 있으니, 여기에 ‘에베레스트 8848m를 더하면 토탈 9000m에 오르는 셈’이라는 게 이들의 논리다. 짬짬이 산을 오르며 언젠가 에베레스트에 오를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국내 최초 9000m 등정자가 나올 날이 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