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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예능’ 중국 TV 사로 잡은 이유는?
중국에서 한국형 예능이 뜨거운 인기다.
지난 11일 중국후난위성TV를 통해 첫 방송된 중국판 '아빠!어디가?'가 인기몰이 중이다. 이날 방송은 1.46%를 기록하며 동시간대 전국 1위를 차지했다. 전 주 같은 시간대에 방송된 후난TV 대표 오디션 프로그램 '해피 보이(쾌락 남성)'가 1.4%의 시청률로 종영한 것과 비교했을 때 매우 훌륭한 성적이다. 중국에선 시청률 1%를 넘는 예능 프로그램이 연간 5편 미만이라는 사실을 감안했을 때 '아빠!어디가?'의 시청률은 상당히 높은 수치다.
중국에 한국형 예능이 처음 소개된 건 2003년이다. 당시 KBS가 '도전 골든벨'을 중국에 판매하며 처음으로 예능 포맷 수출의 포문을 열었다. 이후 2011년 MBC '나는 가수다'시즌1 부터 예능 포맷 수출이 본격화됐다. 2011년 중국후난위성TV와 포맷 판매 협약이 이뤄졌고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방송돼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당시 중국판 '나는 가수다'는 2.38%라는 자체최고시청률을 기록해 최근 시즌2 제작을 확정지었다. 최근 JTBC 대표 예능 '히든싱어'도 중국에 포맷을 수출하는 데 성공했다. 올 하반기 방송을 목표로 '히든싱어 차이나'가 제작되고 있다. 이처럼 중국에서 한국형 예능이 대박을 터뜨린 이유는 뭘까.
▶정서가 맞아떨어졌다
'나는 가수다' 포맷 수출 협약이 진행될 당시 후난위성TV 관계자는 "가사는 알아 듣지 못했지만 노래 하는 가수들의 모습에 감동 받았다"고 밝혔다. 음악이란 만국공용어가 언어의 장벽을 넘어섰다는 의미다.
방송 관계자는 "중국에선 음악장르를 가리지 않고 노래를 부르는 프로그램들이 무척 인기다. 특히 가수를 뽑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몇 년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런 점에서 '히든싱어'와 '나는 가수다'는 중국인들의 선호에 딱 맞았다"며 "두 프로그램 모두 오디션 프로그램의 변형이다. 한국의 정서가 짙게 깔린 것도, 특별한 사회상을 반영한 것이 아니다. 중국 가수들이 나와도 쉽게 소화할 수 있는 단순한 포맷이라는 점이 수출용으로 제격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빠!어디가?'의 포맷도 현재 중국인들의 관심분야 및 트렌드와 일치했다. 중국 상해 MBC 측은 "중국은 1자녀 정책으로 '소황제'란 말이 있을만큼 육아와 교육 등에 대해 부모들의 관심이 뜨겁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도 '아빠! 어디가?' 중국판이 인기에 큰 몫을 했을 것"이라며 "연예인들의 자녀 교육을 엿본다는 점에서 흥미를 느끼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국 포맷+ 중국 현지화= 대박 비결
관계자들은 탄탄한 한국 예능의 포맷에 중국 스타 캐스팅이 조화돼 현지화에 성공했다고 분석했다. 아무리 이미 한국에서 검증된 인기 예능일지라도 현지에서 문화 장벽을 넘어 인기를 끄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중국에서 방송되는 한국형 예능은 전체적인 틀만 유지하고, 여기에 중국 스타들을 출연시키기 때문에 현지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기 쉽다.
방송 관계자는 "중국에 판매된 한국 드라마는 중국어로 더빙한다. 하지만 예능은 드라마와 달리 호흡이 빨라 사실상 더빙이 불가능하다. 노래하는 프로그램은 더빙 자체를 할 수 없다"며 "이런 이유로 이미 검증된 한국 예능 포맷을 사고 중국 스타들을 출연시킨다. 현지 시청자들에게 호감을 사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중국 현지 스타의 출연은 프로그램의 흥행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중국판 '아빠!어디가?'에는 대만 출신 톱 배우 린즈잉 부자, 유명 감독 왕웨룬 부녀, 다이빙 선수 출신 배우 텐량 부녀, 모델 장량 부자, 배우 궈타오 부자가 출연 중. 인기 스타들의 사생활과 자녀 교육관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방송 전부터 프로그램은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
MBC 관계자는 "시청자들은 방송에 나오는 스타들의 집, 인테리어, 집안의 모든 소품들까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지 팬들의 관심사와 흥미를 반영해 흥행에 성공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형의 단점 보완
한국에서 앞서 저질렀던 실수를 이미 학습했기 때문에 중국 제작진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도 현지에서 인기를 이어가는데 도움이 됐다. '나는 가수다'와 '아빠!어디가?'는 처음부터 각각 13회·12회 분량으로만 제작됐다. MBC 예능 관계자는 "'나는 가수다'의 실패 원인 중 하나는 섭외였다. 방송 중 계속 섭외를 해야했고, 이 과정에서 돌발변수가 많아 어려운 점이 많았다"며 "중국버전에서는 12명의 가수 섭외를 마치고 방송을 시작해 시즌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캐스팅 문제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횟수를 정해놓고 찍으니 소재와 포맷의 반복에서 시청자들이 느낄 수 있는 지루함이 없었다. 이 관계자는 "시청자들은 예능 포맷이 무한 반복되면 금방 싫증을 낸다. 모든 예능 PD들은 프로그램에 변화를 줘야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다. 반면, 중국에서 방송되는 한국형 예능은 최종회가 정해져있고, 총 방송 횟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상대적으로 따분함을 덜 느낀다"고 분석했다.
김연지 기자 yjk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