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30대 그룹 미상환 회사채 80조원 넘어
최근 동양그룹 사태로 국내 대기업들의 재무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30대 그룹 계열 상장사들의 미상환 회사채가 80조원을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중에서 내년 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가 30조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나, 차환 발행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의 경우 조만간 유동성 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있다.
재벌닷컴이 14일 공개한 자산 상위 30대 그룹의 회사채 발행 내역(발행가액 기준)을 보면 올 하반기 부터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는 모두 80조9400억 원이었다. 이 가운데 내년 연말까지 갚아야 하는 회사채가 28조9600억원에 달했다.
이번 조사는 국내 금융시장에서 발행된 공모 회사채만을 집계한 것으로 해외에 발행된 사채와 기업어음(CP)은 빠져있어 실제 기업들이 갚아야 할 회사채 규모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그룹별로는 SK그룹의 미상환 회사채가 11조4100억원으로 30대 그룹 중 가장 많았다. 이어 현대차그룹이 8조410억원으로 두 번째로 많았고, 한진그룹 6조6060억원, 롯데그룹 6조4096억원, 삼성그룹 6조2990억원 등의 순으로 미상환 회사채 규모가 컸다.
내년 연말까지 상환해야 할 회사채 규모를 그룹별로 살펴보면 역시 SK그룹이 3조1900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한진그룹 2조5090억원, 롯데그룹 2조2106억원, 현대차그룹 1조8830억원, 두산그룹 1조7780억 원, STX그룹 1조6700억 원 등의 순이었다. 이밖에 삼성과 한진중공업, 엘지, 동부, 동양, 신세계, 한화 등도 내년까지 1조 원이 넘는 회사채를 상환해야 한다.
이처럼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연말까지 상환해야 하는 회사채 규모과 30조원에 육박하면서 신용등급이 낮거나 재무건정성이 나쁜 기업들은 차환발행(회사채를 갚기 위해 다시 회사채를 발행하는 것)이 어려워 유동성 위기에 몰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동양 사태이후 국내 금융시장의 분위기가 급속히 얼어붙으면서 ‘제2의 동양그룹’이 나올 가능성을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동양그룹은 올 하반기 4440억 원에, 2014년 7330억 원, 2015년 3250억 원 등 모두 1조4980억 원의 회사채를 상환해야 했다. 하지만 그룹 주력 계열사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고,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고 있기 때문에 동양그룹 회사채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큰 손실이 불가피하다.
국내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가뜩이나 금융시장 사정이 안좋은데 동양 사태가 터지고 나니 그나마 남아있던 개인 수요마저 사라져 버리고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며 “재무구조가 좋거나 부채비율 등이 낮은 우량 기업들의 경우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상환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그렇지 못한 기업들의 경우 자칫 회사채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 ‘제2의 동양그룹'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형구 기자 ninel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