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 메시’, ‘롤클라시코’, ‘롤드컵’ 등은 요즘 검색포털의 인기검색어에 자주 등장하는 키워드들이다. 이들은 인기 온라인 게임인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롤, LOL)'의 e스포츠대회와 관련해 생산되고 있는 신조어들. 팬들이 롤 선수나 팀들을 축구나 야구 등 정통 스포츠의 용어에서 빌려와서 표현하고 있다. 롤 e스포츠대회가 국내에서 처음 시작된 지난해까지만해도 몇 개되지 않던 롤 신조어는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롤 e스포츠가 점점 활성화되고 실제 스포츠로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뜻이다.
‘롤 메시‘·‘e스포츠 박지성’…선수 신조어 양산
롤 e스포츠 용어 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이 '롤드컵'이다. 각 대륙의 롤 리그 대표팀들이 모여 왕좌를 다투는 세계 결승전인 ‘월드 챔피언십’이 월드컵과 비슷해 붙여진 것으로 롤 e스포츠 초기 때 만들어져 지금은 e스포츠팬이 아니어도 알 정도다. 롤 정규 리그인 챔피언스를 일컫는 ‘롤챔스’도 널리 알려진 용어다. 롤챔스는 유럽의 축구 클럽 대항전인 챔피언스 리그에서 따왔다.
롤 e스포츠 초창기에는 리그와 관련된 용어가 많았다면 요즘은 선수들과 관련한 신조어들이 많이 생산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롤 메시’다. 이는 지난 롤챔스 서머 결승전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끈 SK텔레콤 T1의 공격수 이상혁(ID 페이커)의 별명이다.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 다수의 적을 제압하는 이상혁의 모습이 수비수 여럿을 제치고 골을 넣는 세계적인 축구 스타 메시와 닮았다고 해서 붙여졌다.
삼성 갤럭시 오존의 윤성영(ID 옴므)은 ‘e스포츠의 박지성’으로 불린다. 롤 선수 중 몇 안되는 30대 선수로서 맏형처럼 묵묵히 팀을 이끌고 자신보다는 팀을 위해 희생하는 플레이를 펼쳐 붙여진 별명이다.
CJ 엔투스 프로스트의 홍민기는 아이디(ID) ‘매드라이프’를 줄인 ‘매라신’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그는 경기에서 두드러지기 힘든 지원 포지션의 선수이지만 매번 전세를 역전시키는 극적인 한 수를 둔다고 해서 국내외 팬들로부터 ‘신의 경지’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축구 선수 드록바의 별명인 ‘드록신’에서 착안해 붙여졌다.
라이벌 빅매치에 ‘롤클라시코’ 등장
롤 e스포츠 리그의 열기와 함께 라이벌 간의 빅매치가 자연스럽게 생겨나면서 ‘롤클라시코’라는 단어도 포털의 인기 검색어에 오르고 있다.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라이벌 매치 ‘엘클라시코’에서 나온 신조어로 대표적인 롤 라이벌인 CJ 엔투스 프로스트와 나진 소드가 대결할 때 롤클라시코라고 한다. 롤 리그 초기부터 활동해온 두 팀은 지난 챔피언스 윈터 결승전에서 맞붙는 등 굵직한 대회의 결정적인 순간에 만나면서 라이벌이 됐다.
지난 챔피언스 서머 결승전에서 격돌한 SK텔레콤 T1과 KT 불리츠는 이동통신사 라이벌로 새롭게 떠올랐다. 두 팀 모두 창단 이후 처음으로 결승 무대에 올라 막판까지 가는 접전을 펼치는 등 명승부를 연출했다. 그래서 두 팀의 경기는 ‘신흥 롤클라시코’로 불린다.
롤 신조어에서도 엿볼 수 있듯 롤 e스포츠의 스포츠로서의 위상은 최근 열린 대회의 개최지에서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지난 챔피언스 서머 결승전은 잠실 올림픽 보조경기장에서 1만여 팬들이 모인 가운데 열렸다. 오는 10월 5일 롤드컵 결승전은 미국 로스앤젤레스 프로농구팀인 LA레이커스의 홈구장인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열릴 예정이다.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정통 스포츠가 아닌 e스포츠 대회가 개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권정현 라이엇게임즈 상무는 “팬들이 경기만 보는 게 아니라 선수나 팀에 별명을 붙이는 등 다양하게 롤 e스포츠를 즐기고 있다”며 “정통 스포츠에서 볼 수 있는 현상들로 롤 e스포츠가 스포츠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조금씩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