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샘암 투병 중이던 고인은 최근 병세가 악화돼 강남성모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던 중 유명을 달리했다. 왼쪽 목에 큰 수술자국이 보이고 목소리를 내지 못할 정도로 몸이 불편한 상황 속에서도 2년 전 소설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를 펴내며 작가의 열정을 불태웠던 그였다.
1963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벽구멍으로'가 당선작 없는 가작으로 입선해 작품활동을 시작한 최인호는 한국 소설가 중 대중문화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작가였다. 1970년대 초부터 '별들의 고향'과 '고래사냥' '깊고 푸른 밤' '겨울나그네' 등을 잇달아 성공시키며 최고 인기 작가로 등극했다. 최인호의 소설들은 청바지·통기타 문화 등을 만들어내는데 크게 기여했다.
이 가운데 많은 작품이 영상화됐다. '별들의 고향' 등이 영화로, 역사소설 '상도'와 '해신' 등은 TV 드라마로 만들어져 큰 사랑을 받았다. 그는 상업적 인기를 누렸을 뿐만 아니라 사상계 신인문학상·현대문학상·이상문학상·한국가톨릭문학상·동리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작품성 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1975년부터 2010년초까지 35년간 월간 샘터에 연재된 작품 '가족'은 그의 최장기 연재작이었다.
그는 2008년 침샘 부근에 발생한 암으로 고통받으면서도 집필 활동을 이어나갔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목 상태가 더욱 나빠져 지인들과도 만날 수 없게 됐다. 목소리가 갈라졌기 때문이다.
고인과 절친했던 영화배우 신성일은 "대단한 작가가 세상을 떴다. 영화 '별들의 고향'이 영화계에 큰 활기를 불어넣었다"면서 "최근에 연락을 했는데 목소리가 갈라져 만날 수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너무 애석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