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자 윤정희(33)가 꼬박 1년을 쉬고 다시 기지개를 켠다. 지난해 SBS '맛있는 인생' 이후 휴식 겸 어학연수차 미국으로 떠났던 그는 '맏이'의 타이틀롤을 맡았다. 부모를 일찍 여의고 네 동생을 책임지는 가장 역할.
'하늘이시여' '가문의 영광'등 전작에서 늘 어둡고 답답한 캐릭터를 맡았던 터라 자칫 슬픈 이미지가 굳어질까 선택을 앞두고 잠깐 망설였다.
"이관희 감독님을 만났는데 '전작들과 전혀 다른 캐릭터'라고 강조하셨다. 그 얘길 듣고 확신이 섰다. 시대극이라 좀 걱정을 했지만 다들 70년대와 잘 맞는 얼굴이라고 하더라."
총 50회 중 아역 분량을 제외한 38회를 이끌고 갈 윤정희는 책임감에 어깨가 무겁지만, 그 스트레스를 즐기는 듯 보였다. -미국에 어학연수를 다녀왔나. "아니 어학연수라고 하기엔 너무 거창하다. 그저 지난해 작품을 끝내 놓고 미국에서 6개월 정도 쉬다가 왔다. 현지에서 영어 수업도 듣고 많은 한국 친구들과 어울렸다. 오랜만에 그렇게 지내니 심신이 안정되고 편한 기분이 들었다."
-'맏이'섭외를 받고 바로 응했나. "사실 대본만 받고는 조금 망설이기도 했는데 감독님과 얘기를 나눠보고 욕심이 생겼다. "
-제작진과 첫 만남은 어땠나."감독님과 첫 미팅했을 때 작품 어떻게 읽었냐고 묻길래 '늘 해오던 역할이라서 궁금한게 없었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감독님께서 '절대 아니다. 기존에 해오던 역할과 전혀 다르다'고 재차 강조했다."
-시대극은 처음인데."70~80년대 얘기라 어색하고 낯설까 조금 걱정했다. 그런데 주변에서 다들 내 외모가 그 시대와 잘 어울린다고 하더라.(웃음)"
-캐릭터는 마음에 드나."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오직 동생들을 입히고 먹이고 가르치기 위해 애쓰는 말그대로 '동생 바보'다."
-어떤 면이 끌렸나."억척스러운 똑순이다. 밀수품 운반부터 폐병환자 간병·풀빵장사 등을 하면서도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 검정고시로 학업을 계속한다. 그렇게 고생하면 결국은 성공하지 않을까싶다.(웃음)"
-촬영은 시작했나. "아역들이 열심히 찍고 있다. 아직 성인얘기까지 넘어오질 않았다. 아역 대본만 봐도 정말 재밌다. 요즘 드라마에선 이런 추억얘기들이 별로 없지 않나. 성인 분량이 더 못하다는 얘기를 들을까 벌써부터 걱정이다."
-타이틀롤이라 부담이 클텐데. "솔직히 부담이 안 된다면 거짓말이다. 오랜만에 컴백이라 떨린다. 드라마 속 '맏이'인 것처럼 실제로도 드라마를 이끈다는 부담감이 크다. 시청률도 잘 나왔으면 좋겠다."
-극중 두 남자의 사랑을 받는다."두 남자에게 동시 사랑을 받는 건 처음이다. 끝까지 그 사랑이 이어질 지는 아직 모르겠다. 실제로도 두 남자에게 사랑을 받아 본 적은 없다."
-극에서 뿐 아니라 실제로도 연애를 좀 해야할 텐데. "아직까지 혼자 있는게 좋다. 결혼보다는 연애를 슬슬 해야하지 않나 싶다. 나빼고 주변 친구들이 결혼을 해 만나면 신랑과 아기 얘기만 늘어놓는다. 부럽기도 하고 기분이 묘하다."
-캐릭터 변화가 없는데."그게 가장 큰 고민이긴하다. '하늘이시여' 이후 늘 캐릭터 변화를 꿈꿔왔는데 고정된 이미지가 너무 세더라. 나름 변화를 꾀하고 있는데 티가 안 난다. 멀리 내다봤을때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욕심나는 역할은."차가운 느낌의 여성 역을 해보고 싶다. 커리어우먼처럼 당차고 야무지고 할 말 다하는 여성을 꿈꾼다. '맏이'에서 억척스러운 모습을 잘 소화하면 또 불러주시지 않을까."
김진석 기자 superjs@joongang.co.kr
사진=크레아웍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