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를 고쳐 사회에 기여하고 돈도 벌어야 하고. 의사들이 가진 딜레마다. 병원을 경영하다 보면 사회적 책임은 뒷전에 밀리기 쉽다.
이런 모순을 지적하며 병원 경영을 개선하라고 외치는 책이 나와 눈길을 끈다. 국내 헬스케어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경영컨설팅 회사 중 하나인 디씨젼의 제원우(39) 대표와 김영선·김우성·김창식 원장이 함께 쓴 '피터드러커가 살린 의사들'(전 2권, 21세기북스 간)이다.
이 책은 대표적 현대 경영학자인 피터 드러커의 경영이론을 병원 경영에 적용하면서 실제로 국내의 여러 병원들이 이 이론에 따라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보여준다. 대표 저자인 디씨젼의 제 대표를 만났다.
- 헬스케어 전문 경영컨설팅 회사 대표로서 경력이 특이하다.
"법학·통계학·MBA 세 가지를 공부했다. 특히 학부 때 전공인 법학이 이 쪽 분야에서 일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 경영컨설팅을 한 제약사나 병원은.
"화이자·MSD 등 외국계 제약사 톱5 중 네 군데를 컨설팅했다. 우리 회사는 제안서를 1년에 10개도 안 뿌리지만 순수 자문료로만 연간 10억대의 매출을 올린다. 답을 가지고 컨설팅을 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Problem Solving)으로 컨설팅 한다. 5년 전 자궁경부암백신이 국내에 도입됐다. MSD가 국내 산부인과를 대상으로 이 약을 마케팅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3회 주사에 60만원의 요금이었다. 산부인과 의사들은 백신 접종 경험이 없었고, 인지도도 10% 미만이었다. 우리가 이 문제를 풀었다. 전국의 수천개 산부인과 중 이 백신을 잘 처방하는 산부인과를 찾아 그것들의 공통점을 모델로 만들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이 컨설팅 이후 시장이 150% 성장했다. MSD 미국 본사에서 한국 시장의 성장 배경은 컨설팅 덕분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여러 헬스케어 기업들의 컨설팅을 맡을 수 있었다."
- 이 책의 근간이 된 피터 드러커의 경영이론의 핵심은.
"피터 드러커는 사람은 기계가 아니라 실존적 존재라는 입장을 취했다. 노동은 고통이 아니라 자아실현의 과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그는 기업이 이익을 추구하지만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피터 드러커의 저서 '매니지먼트'에 나오는 내용이다. 이 두 가지 정신을 병원 경영에 접목하면 병원을 행복하게 이끌어갈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의사들은 돈벌이가 가장 큰 목적이 되고, 직원들을 함대로 대해 다툼이 많아진다. 주변에 돈은 벌지만 불행한 병원이 많다. 나는 비전을 찾고 자아실현을 하는 병원을 '비전병원'이라 부른다. 이 책은 사회적으로 기여하는 비전병원들을 소개하고 있다. "
- 의사들을 경영자로 보는 시각인가.
"그렇다. 병원장이라면 경영도 해야 한다. 의사와 경영자의 입장을 동시에 가져가려면 매니지먼트의 정신을 알 필요가 있다. 피터 드러커의 정신은 경계가 없고, 삶의 지혜다. 이 책의 내용을 병원 이야기로만 생각하지 말로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로 생각해주었으면 한다."
-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스포츠 컨설팅에도 큰 관심을 두고 있다. 탁월하게 성과를 내는 선수들의 성장 배경이 있다. 마인드·훈련 방법·좋은 팀 만나기 등이다. 구단주의 입장에서 어떻게 경영을 할 건가, 팬과의 소통을 어떻게 할 건가 등도 중요하다. 경영은 스포츠로부터 배우고 있다. 경영이 가장 발달된 분야가 바로 스포츠다. 스포츠 사례를 통해 경영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