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와의 평가전을 앞두고 지난 12일 축구대표팀이 소집됐다. 대표팀에 소집된 제자들을 유독 군대 보내는 부모님 같은 마음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K리그 감독들이다. 감독들은 자신의 제자들이 대표팀에서 잘 하고 돌아오기를 누구보다 간절하게 바란다. 그런 마음을 담아 감독들은 대표팀에 차출된 선수들에게 자신만의 방법으로 격려와 조언을 보낸다.
대표팀은 선수들에게 자칫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소속팀과 대표팀에서의 활약도가 다른 선수가 나오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부담 갖지 말라'는 메시지로 선수의 마음을 편하게 한다. 윤성효(51) 부산 감독은 처음 대표팀에 발탁된 임상협(25)에게 "첫 경험인데 너무 잘 하려고 하지 말라. 개인적인 욕심을 내면 안 된다"고 주문했다. 의욕만 갖고 하는 것보다 평소처럼 편하게 대표팀에서도 활약하라는 의미였다.
아예 선수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짧게 할 말만 하는 감독들도 있었다. 김호곤(62) 울산 감독은 대표팀 새내기인 김승규(23), 이용(27)에게 "팀 분위기에 맞게 뛰고, 열심히 하라"는 주문을 한 게 전부였다. 황선홍(44) 포항 감독은 대표팀에 차출된 이명주(23), 조찬호(27)에게 "잘 다녀오라"고만 전했다. A대표팀 경험이 풍부한 황 감독은 "선수에게 일일이 대표팀에서 어떻게 하고 오라고 하면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저 대표팀 발탁됐을 때 축하하고 잘 하라고 격려하는 게 전부였다"고 말했다.
반면 분명한 메시지로 선수의 마음을 자극시킨 경우도 있다. 안익수(48) 성남 감독은 축구대표팀에 연속 선발된 공격수 김동섭(24)을 향해 "두 번의 실패는 하지 말라. 실패를 돌이켜보고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해라"고 전했다. 평소 짧지만 강한 어조로 선수들의 마음을 자극시키는 스타일을 그대로 보였다. 김동섭은 지난달 동아시안컵 때 처음 대표팀에 선발돼 한골도 넣지 못했지만 홍명보 감독에 눈도장을 찍고 다시 기회를 얻었다. 한 골도 넣지 못한 것에 대한 반성을 통해 스스로 더 노력하라는 의미가 담겼다. 안 감독의 조언 덕분이었는지 김동섭은 동아시안컵 후 K리그 클래식 3경기 연속 골을 터트렸다.
최용수(40) 서울 감독은 대표팀에 차출된 하대성(28)에게 경기에서 필요한 플레이에 대한 조언을 했다. 하대성은 "상대가 기술이 좋으니 덤비지 말라. 슈팅도 남발하면 안 된다"며 최 감독이 자신에 전한 조언을 밝혔다. 국제 경기 경험이 많은 최 감독의 노하우를 제자에게 나름대로 전수한 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