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성적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 중 하나가 바로 외국인 선수다. 중요성 때문에 '팀 전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말까지 있다. 하지만 인성과 실력을 모두 겸비한 선수는 찾기 쉽지 않다. 통산 95홈런을 기록한 '검은 갈매기' 펠릭스 호세(48·전 롯데)는 경기 중 관중과 시비가 붙는 등 그라운드 안팎에서 기행을 일삼았다. 2001년 삼성의 정규시즌 우승을 견인한 발비노 갈베스(49)는 어머니 병구완을 이유로 미국으로 떠난 뒤 7번이나 입국 약속을 어긴 뒤 45일 만에 돌아오기도 했다. 그렇다면 김경문(55) NC 감독이 꼽은 최고의 외국인 투수는 누구일까.
김경문 감독은 1일 문학 SK전에 앞서 취재진으로부터 '랜들이 국내에 정착해 살고 있는 것 같다'는 소식을 듣고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다. 랜들(36)은 김경문 감독이 두산 감독 재임시절인 2005년부터 4년간 한솥밥을 먹은 우완 외국인 투수. 국내 무대를 밟은 후 첫 3시즌 동안 두 자릿수 승리를 거뒀고, 통산 49승32패 평균자책점 3.41의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김경문 감독은 "지금은 (선발 투수들이) 5일 혹은 일주일 쉬고 등판하지만 당시 랜들은 (함께 뛴 외국인 투수인) 리오스와 함께 4일 쉬고 무조건 던져줬다"며 "돌이켜보면 잘해주고 싶은 선수"라고 엄지를 지켜들었다. 하지만 랜들은 2009년 개막 직전인 3월말 지하철역에서 미끄러져 허리를 다쳤고, 결국 퇴출됐다. 김경문 감독은 "마지막까지 데려가고 싶었지만 다친 부위가 운동을 계속할 수 있을지 영향을 줄 정도로 심했다"며 "우승을 해야 하는 쫓기는 상황이었다"고 회고했다. 당시 두산은 부랴부랴 대체 용병으로 좌완 후안 세데뇨(30)를 영입했지만 4승7패 평균자책점 5.70에 그쳤고, 팀도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했다. 랜들의 빈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졌다.
김경문 감독은 "지금도 보고 싶은 선수다. 팀에도 잘 적응했었다"며 "서울과 인천 경기 때 가끔 와 경기를 본다고 하더라. 이태원에서 한다는 기타 연주도 한 번 들으러 가야하는데 감독하면서 여유가 없었다"고 아쉬움을 내뱉었다. 그리고 이내 "(감독 생활을 하면서) 손에 꼽은 고마운 친구"라며 다시 한 번 감사함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