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셋이 모이면 정치가 시작된다"는 말이 있다. 세상 어느 조직에나 갈등은 존재한다. 이 갈등을 해소하고 단결력을 키울 때 축구팀의 성적이 좋아진다. 홍명보호가 참고할만한 해외 각국 축구대표팀의 성공과 실패 사례를 소개한다.
◇성공-감독이 먼저 악수를 청하다
홍명보(44) 감독의 은사인 거스 히딩크(67) 안지 감독은 네덜란드 사령탑 시절 에드가 다비즈(40)와 '밀고 당기기'를 했다. 유로1996 대회 당시 23세였던 다비즈는 "선수들 좀 그만 들이받으라"며 히딩크 감독을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히딩크 감독은 즉시 다비즈를 대표팀에서 내쫓는 강수를 뒀고, 네덜란드는 8강에 그쳤다.
감정의 골이 깊어진 듯 보였으나, 1998프랑스월드컵을 준비하며 스승인 히딩크 감독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 돌아온 다비즈는 인터뷰를 자제하며 경기에 집중했고, 맹활약해 대회 베스트팀에도 선정됐다. 다비즈를 잘 활용한 히딩크 감독은 2년 전보다 나아진 경기력으로 4강에 올랐다.
◇성공-미꾸라지를 내보내다
2002 한일월드컵을 준비하던 아일랜드는 간판 스타이자 주장인 로이 킨(42)이 골칫거리였다. 킨은 끝없는 말썽 끝에 대회 직전 팀을 이탈했다. '구심점이 사라졌다'는 우려와 달리 아일랜드는 남은 선수들의 결속력이 강해졌고, 결국 통산 세 번째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차기 주장감인 로비 킨(33)을 발굴하는 성과도 남겼다. 비슷한 시기 브라질을 이끌던 펠리페 스콜라리(65) 감독 역시 플레이메이커 자우미냐(43)를 제외했다. 당시 소속팀 데포르티보의 감독에게 대든 자우미냐가 대표팀에서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였다. 자우미냐 대신 중용한 호나우지뉴(33)의 대활약에 힘입어 브라질은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실패-미봉책으로는 안 된다
프랑스는 내부 갈등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을 미룬 채 미봉책으로 버티다 2010년 추락했다. 2006 독일월드컵을 앞두고 선수단 내 갈등이 심화돼 구심점이 필요해진 레이몽 도메네크(61) 프랑스대표팀 감독은 지네딘 지단(41) 등 은퇴한 스타 플레이어를 복귀시켜 문제를 해결했다. 이 조치가 적중해 프랑스는 준우승을 거뒀다. 그러나 내분의 씨앗은 여전히 남아 있었고, 지단 없이 치른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팀이 산산조각났다. 선수단이 여러 패로 갈라진 프랑스는 조별리그에서 1무 2패로 일찌감치 탈락했다. 은퇴를 결심한 박지성을 복귀시켜 대표팀의 구심점으로 삼으려는 한국축구가 신중히 검토할 만한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