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유수는 12일까지 팀이 치른 30경기 중 17경기에 출장해 팀 내 투수 중 가장 많이 마운드에 올랐다. 리그 전체에서도 이명우(롯데·20경기)·박성훈(넥센·18경기)을 제외하면 그 보다 더 많은 등판을 한 투수가 없다. 성적도 좋다. 1승 2홀드 2세이브 평균자책점 1.50(18이닝 3실점)을 기록해 1~2점차 긴박한 승부에서 이만수(55) SK 감독이 믿고 내는 '불펜의 핵'이다. 피안타율은 불과 0.180이며 최근 11경기 무실점이다. 승계주자 실점률을 나타내는 IRS(Inherited Runners Score percentage) 수치도 0.385(13/5)로 나쁘지 않다.
올해 초를 생각하면 180도 처지가 달라졌다. 전유수는 구단이 자체 실시한 체성분 테스트(체지방률·체중·근육량)에 불합격해 미국 플로리다 1차 스프링캠프(1월20일~2월15일)에 합류하지 못했다. 좌절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플로리다 캠프를 가지 못했지만 투구폼을 바꿔보기도 했다"는 그의 말처럼 꾸준히 변화를 추구했다. 투구폼을 최대한 간결하게 만들면서 구위를 끌어올렸다. 그리고 전화위복이 됐다. 전유수는 "미국에 가지 않았던 게 오히려 체력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 같다"며 "만약에 갔었다면 무언가를 보여주기 위해 무리한 플레이를 했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이만수 감독은 "지난해에는 패전조에서 뛰었지만 올해는 승리조에 있다. 전유수가 상당히 좋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실제 전유수는 팀이 이기고 있거나 점수차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조커로 마운드를 밟고 있다. 통산 1군 등판 기록이 43경기에 불과했지만 올해 모든 커리어 기록을 갈아치울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는 "처음에는 욕심이 생겼지만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더라"며 "지금은 마무리(박희수)에게 바통을 터치하는 역할을 충실히 하려고 한다. 긴박한 순간에 오르니까 타자들도 긴장하는 것 같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중요한 순간에 등판하는 만큼 실투는 곧 '패배'로 연결되는 부담감이 있다. 지난달 24일 부산 롯데전에선 7-5로 앞선 1사 만루 상황에서 등판했지만 희생플라이와 3루타를 맞고 승계주자를 모두 불러들여 7-8 패배를 자초했다. 그는 "바깥쪽 스트라이크 존에 걸쳐 던지려고 했는데 타자(박종윤)가 가장 좋아하는 코스로 공(직구)이 들어갔다. 던지는 순간 아차 싶었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이내 "똑같은 상황이 오면 두 번은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성준(51) SK 투수코치는 전유수에 대해 "그동안 힘에 의존해 공을 던졌는데 올 시즌에는 (공을 놓는) 릴리스 포인트를 앞까지 끌고 나왔다. 볼 끝이 살면서 낮게 들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직구가 잘 들어가야 변화구가 밋밋하게 들어가도 효과가 있다"며 "반포크볼이 주종인데 요즘 (직구가 원하는 코스로 들어가) 자신감이 붙었다"고 말한 전유수의 말처럼 타자 무릎 높이로 들어가는 그의 '직구'에 SK의 운명이 갈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