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룡의 대상 수상은 올해 백상예술대상의 하이라이트였다. 무명기간을 버티며 서서히 주목받기 시작해 '최고의 위치'까지 올라간 '고진감래형' 스타로 화제가 됐다. 특히 어깨가 무거운 우리사회 40대 가장들에게도 류승룡의 성공은 든든한 응원과 희망의 메시지를 던진다.
9일 백상예술대상에서 류승룡은 영화부문 대상을 받았다. 애초 조연상과 최우수연기상 등 2개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가 수상에 실패해 아쉬움을 자아낼 무렵 대상 수상자로 호명돼 대미를 장식했다. 지난 1년간 '내 아내의 모든 것' '광해, 왕이 된 남자' '7번방의 선물' 등 세 편의 작품을 통해 뛰어난 연기력을 선보이며 흥행에 이바지한 공을 인정받았다.
애초 '광해'에 캐스팅됐을때 류승룡의 역할은 주연 이병헌을 받쳐주는 '주연급 조연'이었다. '광해'가 '천만 영화'로 떠오르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릴 때도 주로 이병헌이 스포트라이트를 독차지했다. 물론 류승룡의 존재감이 남달랐지만 스타성까지 확보한 상태는 아니었다. 하지만 '7번방의 선물'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그동안 꾸준히 연기력으로 인정받으며 쌓아온 이름값에 대중적 인기까지 더해 충무로 대표배우로 거듭났다. 결국 지난 2011년 제47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영화부문 대상을 수상한 동갑내기 친구 이병헌의 뒤를 이어 같은 상을 받으며 어깨를 나란히했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류승룡의 무명시절 일화들도 새삼 주목받게 됐다. 류승룡은 서울예대를 졸업한후 10년 이상 연극무대에 오르며 무명생활을 이어왔다. 당시 정극부터 뮤지컬과 탭댄스 등 다양한 형태의 공연을 고루 소화하며 연기력을 다졌다. 1998년부터는 5년여간 '난타' 1기 멤버로 활동했다. '난타'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기 전이라 개런티도 제대로 받지 못한채 하루 12시간이 넘는 연습시간을 소화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영화에 출연하기 시작한건 2005년 '박수칠 때 떠나라'부터다. 이미 류승룡의 나이 35살이 됐을 때의 일이다. 영화계 관계자 사이에서 '무게감 있는 조연배우'로 인식되면서 많은 작품이 들어왔지만 그렇다고 대중적으로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다. 2010년 영화 '된장'에서 주연 자리를 따냈지만 아쉽게 흥행에 실패해 '티켓파워를 말하긴 이르다'는 소리를 들었다.
이병헌을 비롯해 차승원·황정민·유해진·이범수 등 동갑내기 배우들이 모두 스타 반열에 합류한만큼 소외감을 느낄 법도 했을터. 하지만, 류승룡은 오히려 "슬럼프에 빠질 시간이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한다. 촬영장에서 재미와 쾌감을 느끼며 일했기 때문에 그럴 여유가 없었다는 말이다. 늪에 빠졌을때 허우적거리면 더 빠져드는 것처럼 너무 고민만 할게 아니라 마음을 비우고 열심히 나아가다보면 길이 보인다는게 류승룡식 위기대처법이다. 영화계 관계자들도 "특유의 낙관주의와 연기에 대한 열정이 류승룡의 성장을 도왔다"고 말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류승룡이 인지도를 쌓아올린건 2011년부터다. '고지전' '최종병기 활' 등의 작품이 차례로 흥행에 성공했고 이후 단 한번의 실패도 없이 승승장구했다. 대상을 받은후 류승룡은 "연기자가 된다는 아들을 믿어준 부모님과 무명시절의 나를 만나 가능성을 봐준 아내, 그리고 항상 힘을 준 관객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고 벅찬 마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