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사회 장수목장의 씨암말이 해외 우수 품종 승용마의 동결정액을 사용한 인공수정에 성공했다. 그동안 국산 동결정액을 활용한 승용마 인공수정 시도는 여러 번 있었지만, 해외 우수 품종 승용마의 동결정액을 활용한 인공 수정 성공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인공인 씨암말은 경주용 말로 흔히 쓰이는 장수목장 소유 ‘서러브레드(thoroughbred)’종이다. 동결정액의 주인이 마차용 승용마로 애용되는 ‘클라이즈데일(Clydesdale)’인 것을 감안할 때 두 품종의 교잡을 통한 우수한 ‘한국형 승용마’가 탄생할 수 있을것으로 한국마사회 관계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이번 성과는 인공수정 지원사업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한국마사회는 말산업 육성 5개년 종합계획에 따라 민간 승용마에 대한 인공수정 지원을 2020년 200두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한국형 승용마’의 품종 개발 및 정착을 위해 한국마사회는 장수목장을 말 인공수정 사업 수행을 위한 헤드쿼터로 지정하고, 한국마사회 승마단의 우수 씨암말, 경주 퇴역 암말을 비롯해 등 다양한 품종의 씨암말들을 활용하여 매년 20두 이상의 승용마 시범생산을 진행해나갈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승용마 생산기술 표준화 연구, 신선정액 민간 보급, 수의사·승용마 생산자 등 승용마 생산 전문 인력 양성, 경매를 통한 승용마 거래시장 조성을 통해 국내 승용마 생산기반 구축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고급 품종 승용마의 대중화’를 위한 첫 걸음을 내딛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그동안 국내 대부분의 승마장에서는 경주 퇴역마를 승용마로 전환해 활용해온 반면 세계적으로 승용마로서 능력이 입증된 최고급 품종인 ‘웜블러드’의 활용은 12.2%(2010년 국내 238개 승마장 기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제 누구나 우수한 품종의 승용마를 즐길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고 있다. 장수목장은 민간 승용마 인공수정 지원을 위해 지난 3월 ‘웜블러드’ 2두의 정액을 채취해 동결정액으로 제조하는 작업을 완료한 상태. ‘웜블러드’ 중심의 해외 동결정액 수입 및 승용 씨수말 도입도 2016년까지 단계적으로 준비 중이다.
홍순욱 장수목장장은 “국내 승용마 생산규모는 독일의 100분의 1, 일본의 4분의 1인 연간 330여두로 경주마와 승용마간 생산 불균형이 심각한 상황이다. 이번 사업은 경주 퇴역 암말을 대상으로 한 인공수정을 통해 잉여 경주마 자원의 활용도를 높인다는 점에서도 고무적이다. 전 방위적 노력을 통해 말산업 육성 5개년 종합계획의 체계적인 이행을 뒷받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