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스타들의 내한이 이어지는데도 불구하고 막상 영화는 국내시장에서 참패를 면치못하고 있다. 톰 크루즈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등 세계적인 톱스타들의 내한홍보에도 국내 관객들은 요지부동이다. 반면에 한국영화는 비수기를 맞은 극장가에서도 꾸준히 관객몰이를 하고 있다. 해외스타의 내한이 영화홍보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톰 크루즈에 디카프리오까지 내한해도 흥행은 실패
올 1월부터 4월 현재까지 한국을 찾은 할리우드 스타들과 주요 관계자들의 수는 10여명이 넘는다. 거의 매달 할리우드 스타들의 방한이 이어진 셈이다. 스타들의 면면만 봐도 화려하다. 1월에 톰 크루즈가, 2월 넷째주에만 성룡·아놀드 슈워제네거·미아 바시코브스카 등 스타들과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이 한국을 찾았다. 3월에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드웨인 존슨, 이달에도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내한했다.
하지만, 스타들이 직접 한국을 찾아 이슈를 만들어낸 것과 달리 작품의 흥행성적은 저조하다. 1월 국내개봉한 톰 크루즈의 '잭 리처'는 78만 4031명(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을 모으는데 그쳤다. 아놀드슈워제네거 주연작 '라스트 스탠드'는 6만6698명이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중화권에서 대대적으로 흥행에 성공했던 성룡의 '차이니즈 조디악'는 국내에서 31만 5115명밖에 모으지 못했다. 미아 바시코브스카가 출연한 '스토커'도 누적관객수 37만 8489명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할리우드스타 잦은 방한 희소가치 떨어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내한 당시 행사장 일대를 마비시킬 정도로 많은 인파를 끌어모으며 압도적인 인기를 자랑했다. 이 때의 분위기만 본다면 디카프리오의 출연작 '장고, 분노의 추적자'는 적어도 100만을 훌쩍 넘겼어야 정상이다. 하지만 25만명 정도를 모으는데 그쳤다. 지난해 미국에서만 1억 5000만 달러의 수익을 거둬들인 히트작이 한국에서는 푸대접을 받았다.
영화 관계자들은 이런 현상에 대해 "할리우드 스타의 내한이 잦아지면서 희소성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부터 매번 한 편의 영화가 개봉될때마다 해외스타들이 한국을 찾고 있어 그 자체만으로 작품에 대한 호기심을 유발하는데는 무리라는 설명이다.
CJ E&M의 이창현 영화부문 홍보팀장은 "5~6년 전만 해도 할리우드 스타가 내한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었다. 하지만, 이젠 브래드 피트에 디카프리오까지 톱스타들의 내한이 흔해졌다. 국내 관객도 할리우드 스타를 보는게 익숙한 일이 돼 더 이상 호기심을 갖지 못한다"면서 "톱스타 한 명의 내한으로 영화에 대한 호기심까지 끌어올리던 마케팅도 이젠 옛말이다. 내한홍보는 이제 기본이고 또 다른 것들이 추가되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영화 경쟁력 높아지며 할리우드 영화 외면받아
국내시장에서 할리우드 영화가 힘을 쓰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는 한국영화 자체의 경쟁력이 향상됐기 때문이다. 영화진흥위원회의 '2013년 1분기 한국영화산업결산'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영화 관객 1억명시대를 맞이한데 이어 올해 1분기도 한국영화 총관객수가 3800만명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역대 분기별 관객수로 따지면 사상최대 수치다. 지난해 1분기 대비 53.9% 증가했다. 그만큼 한국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선호도가 높아졌다는 말이다.
1분기 극장가 흥행순위 5위권 안에도 한국영화가 4편이나 들어가있다. 톱스타를 한국에 데려오면서 떠들썩하게 홍보를 펼쳤던 할리우드 영화는 10위권 안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올해 국내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중 가장 성적이 좋은 작품은 '지.아이.조2'다. 사실상 완성도와 재미에 대한 평가에서 '장고'와 '스토커' 등의 작품을 따라잡지 못했던게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의 스타 이병헌의 열연이 화제를 모으면서 160만명의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였다. 국내에서 열린 '지.아이.조2'의 프리미어행사 당시에도 드웨인 존슨 등 동반출연한 할리우드 스타보다 이병헌에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됐다. '할리우드 영화'가 아닌 '이병헌 영화'로 인식돼 좋은 결과를 얻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롯데시네마의 임성규 과장은 "사실 '지.아이.조2'도 업계에서 기대했던 것보다는 상승세가 더딘 편이다. 그나마 이병헌의 활약 때문에 선전하고 있는 듯 하다. 확실히 국내관객들의 한국영화 선호도가 높아진 것 같다. 동시기 상영작중 한국영화의 경쟁력이 우수하지 않다고해도 일단은 관객몰이에서 할리우드 영화보다 우위를 차지한다. 90년대까지는 할리우드영화에 밀려 한국영화가 설 자리가 없었는데 상황이 반전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