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보이'가 두 번째 일본 정벌에 나선다. 모든 면에서 작년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대호(31·오릭스)는 8일 현재 타율(0.441)·홈런(2개)·안타(15개)·장타율(0.765) 등 4개 부문에서 퍼시픽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개막 후 8경기 연속 안타에 멀티 히트는 5번이나 기록했다. 모리와키 히로시(53) 오릭스 감독은 지난 3월 "이대호를 3번 타순으로 올리고 이적생 이토이 요시오(32)를 4번 타자로 기용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이대호가 온 뒤 중견수로 나서던 T-오카다(25)마저 1루수로 나가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빅 보이'의 입지도 위태로운 듯했다. 그러나 이대호는 정규시즌 시작과 동시에 4번타자와 1루수로 선발 출장하며 연일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요즘 잘 친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차출 효과를 보는 것 같다. 예년보다 빨리 사이판에서 개인 훈련을 하다가 대표팀에 합류했고, 정규시즌 못지 않은 훈련량을 소화했다. 다른 국가대표팀과 경기를 치르며 실전 감각도 일찌감치 되찾으면서 효과를 보고 있다. WBC 성적이 좋지 않아 늘 죄송스러웠다. 일본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조금이나마 보답할 수 있을 것 같다."
-지난 시즌 초반과 대비된다.
"지난해에는 5월까지 슬럼프였다. 당장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심적인 부담이 컸다. 늘 쫓기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타격이나 컨디션 등 모든 면에서 지난해 4월과는 확실히 다르다. 자신감을 찾았다. 일본야구에 적응했고, 투수들의 스타일도 파악했다. 더 열심히 해서 예년보다 좋은 성적을 보여드리겠다."
-체력에 부담은 없나.
"겨우내 경남고에서 러닝과 웨이트 트레이닝을 병행해 걱정하지 않는다. 지난해 일본에서 풀타임 1루수로 나서며 경험을 쌓았다. 이제 체력 안배나 조절을 할 수 있다."
-이토이가 4번을, 이대호가 3번을 맡는다는 일본 언론 보도가 있었다. 1루수 자리는 T-오카다가 맡는다는 이야기도 나왔는데.
"정규시즌 시작 후 누가 4번 타자를 맡고 있는지 생각해달라.(웃음) 시범경기가 끝난 후 계속 4번·1루수로 경기에 나서지 않았나. 성적도 나쁜 것 같지 않다.(웃음) 외신이 어떻게 나갔는지 잘 모르겠지만, 모리와키 감독님께서 어디까지나 다양한 경우의 수와 '준비' 차원에서 하신 말씀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3번으로 나서 테이블 세터를 연결하고 뒤에서 받치라는 뜻이었고, 여러 구상 중 하나였다고만 생각한다."
-감독이 3번 타순으로 가라고 한다면.
"팀이 승리한다는데 타순이 무슨 상관인가. 감독님이 주문하시면 무조건 해야지. 3번 타순으로 가나, 5번으로 내려가나 괜찮다. 어디서나 똑같이 내 역할만 하면 괜찮다."
-팀 내 라이벌이 T-오카다에 이토이까지 늘어났다. 서로 신경이 쓰일 만도 한데.
"사이 좋은데. (웃음) 굉장히 잘 챙겨준다. 베테랑인 이토이는 야구도 잘하지만, 성격도 참 좋다. 이토이가 '내 뒤에 훌륭한 4번 타자가 있다. 나는 찬스를 만들겠다'고 말했다고 들었다.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일본도 한국처럼 선후배 문화가 굉장히 깍듯하다. T-오카다를 포함해 후배들이 잘 챙겨 준다. 요즘 개인적으로 친한 선수는 같은 외국인 선수인 아롬 발리디스다. 원정 경기를 갈 때 늘 내 옆자리에 앉고,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이웃사촌이기도 하다. 둘이 영어와 일본어를 뒤섞어 이야기한다. 대충 다 통한다. (웃음)"
-올해는 오릭스의 우승이 가능할까.
"우승하려고 늘 노력은 하는데…. 우승 여부는 내가 알 수 있는 부분이 아니지 않나. 일단 팀 분위기는 좋다. 최근에 T-오카다와 이토이가 홈런을 쳤고, 전반적으로 타선이 살아나면서 팀 성적도 상승세를 탔다(8일 현재 4승4패로 리그 공동 3위). 구단도 이번 시즌을 앞두고 니혼햄과 트레이드를 하는 등 전력 보강에 신경 썼다. 4번 타자는 타순의 중심이다. 우승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올 시즌 뒤 프리 에이전트(FA)가 된다.
"(요미우리나 메이저리그 진출설 등) 여러 말들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 오릭스 소속이다. 나라를 대표하는데, 일본 최고 타자로 바로 서야 한다. 올해 타율 3할-30홈런-100타점을 올리겠다고 말은 해놨다.(웃음) 최대한 달성하겠다. 작년보다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