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현대와 우라와 레즈(일본)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4차전을 앞둔 오후 5시. 전주월드컵경기장 S석 입구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일본에서 원정 응원을 온 우라와 레즈 팬들은 경기장 밖 울타리를 따라 길게 줄을 늘어서고 있었고, 게이트 주변은 전북 현대가 고용한 10여명의 사설 경비 업체 요원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행여나 생길지 모를 충돌을 대비하기 위해 경찰 10여 명도 5m 거리에서 이들을 주시했다.
오후 5시 정각이 되자 예고했던 대로 철저한 소지품검사가 실시됐다. 경비 요원은 1000명에 달하는 우라와 서포터즈들의 가방을 일일이 열어 소지품을 확인했고, 깃발은 일일이 펼쳐 내용을 확인했다.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욱일승천기를 적발하기 위해서였다. 욱일승천기는 2차 세계대전 때 일본 해군에서 사용했던 깃발로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전범기다.
전북은 이날 경기에 앞서 욱일승천기의 경기장 내 반입을 엄격히 제한하기 위해 원정팬들의 소지품을 전수검사한다고 밝혔고, 우라와 레즈에도 이를 통보했다.
지난 3일 일본 사이타마스타디움에서 열린 전북과 우라와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 일부 홈 팬들이 욱일승천기를 들고 응원한 것이 문제가 됐다. 국제축구연맹(FIFA)와 AFC는 경기장 내에서 정치적 메시지 전달하거나 상대방을 모욕하는 행위 등을 금한다. 전북이 이에 항의했고 우라와 구단이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우라와 구단은 5일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주한 일본 영사관에서 욱일승천기 반입을 금지하게 돼 있다. 전주 원정을 떠날 때 욱일승천기 소지를 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팬들에게 당부했다.
우려했던 큰 충돌은 없었다. 사진을 찍히는 데 민감한 반응을 보인 서포터즈가 사진 기자들 앞으로 물을 뿌리며 긴장감이 조성됐지만, 더 이상의 자극적인 행동은 하지 않았다. 우라와 레즈 관계자는 전북 프론트에 서포터즈들의 얼굴이 사진에 나오지 않게 할 것을 조심스레 당부했다. 소지품 검사를 받은 한 일본 여성은 “이 정도의 검사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불쾌하지 않다고 말했다.
전북 현대 관계자는 “혹시라도 있을 충돌을 막기 위해 사설 경호 요원 120명이 투입됐고, 경찰 지원 인력도 250명 정도 경기장에 배치된다”고 밝혔다.
경기장을 사이에 두고 남쪽과 북쪽 좌석에 각각 자리한 우라와와 전북 서포터즈는 경기 시작 전부터 서로 질세라 큰 소리로 응원하며 상대를 견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