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야구에서 처음으로 미국 메이저리그에 직행한 류현진(26·LA 다저스)이 데뷔전에서 '기립박수'와 '야유'를 함께 받았다.
류현진은 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와 경기에 선발 등판해 6⅓이닝 동안 10피안타 5탈삼진 3실점(1자책)을 기록했다. 병살타는 3개를 유도했고, 볼넷은 주지 않았다. 비록 팀이 0-3으로 져 패전투수가 됐지만 '메이저리그 선발'로 활약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충분히 보여줬다.
▶위기관리능력에 '기립박수'
류현진은 1회부터 위기를 맞았다. 선두 앙헬 파간과 마르코 스쿠타로에게 안타를 맞고 무사 1·2루에 몰렸다. 그러나 파블로 산도발과 버스터 포지를 각각 중견수 플라이와 3루수 앞 병살타로 막고 이닝을 마무리했다. 2회도 똑같았다. 연속 안타로 무사 1·2루가 된 뒤 안드레스 토레스를 병살타로, 브랜든 크로포드를 삼진으로 요리해 실점 없이 넘어갔다. 4회 1실점했으나 5회에도 병살타로 위기를 넘겼다. 주자가 득점권에 있을 때 피안타율이 0.125(8타수 1안타)일 정도로 집중력이 돋보였다.
공격적인 투구도 눈에 띄었다. 류현진은 입버릇처럼 "볼넷을 주지 않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상대 타자들이 초구부터 과감한 공략을 한 것도 이유였지만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도망가지 않는 투구를 한 덕분에 무사사구로 경기를 마쳤다.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도 61.5%로 괜찮았다. 특히 3, 4번에 포진한 지난해 월드시리즈 MVP 산도발과 내셔널리그 MVP 포지와 승부에서 6타수 1안타의 우세를 보였다.
류현진은 0-1로 뒤진 7회 1사 2·3루 범가너 타석에서 로날드 벨리사리오로 교체됐다. 선두타자 호아킨 아리아스를 땅볼로 유도했지만 유격수 저스틴 셀러스의 1루 악송구를 한 것이 화근이었다. 비록 10안타를 내주긴 했지만, 류현진이 7회 교체돼 더그아웃으로 들어오자 다저스 팬들은 기립박수로 격려를 보냈다.
교체 뒤에도 불운은 이어졌다. 벨리사리오는 범가너를 상대로 유격수 땅볼을 유도했지만 셀러스의 송구가 포수 A.J.엘리스를 한참 빗나갔다. 류현진이 내보낸 주자 2명이 모두 홈을 밟으면서 그의 비자책 실점이 늘어났다. 이날 다저스 타선은 2안타로 침묵하며 0-3으로 져 류현진에게 패전을 안겼다.
▶성의 없는 주루에 '야유'
지명타자제도가 없는 내셔널리그 경기라 류현진은 타자로도 나서야 했다. 3회 첫 타석에서 1루 땅볼로 물러난 류현진은 6회에는 3루 땅볼을 치고 1루까지 전력질주를 하지 않고 느릿느릿 걸어갔다. 그러자 홈 관중들이 류현진을 향해 야유를 보냈다.
경기 뒤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미국 현지 기자들은 이 장면에 대해 질문을 했다. 한 기자가 "1루에 전력질주하지 않았다. 팬들도 야유를 했는데 들었는가.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류현진은 "내가 굉장히 잘못한 부분이다. 최선을 다해서 뛰었어야 했다"며 "빗맞아서 아웃이라 생각했다. 투구에 집중하고 체력을 안배하자는 생각으로 천천히 뛰었다. 창피했고 반성해야 된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또다른 현지 기자가 "한국과 미국의 문화차이인 것이냐"고 묻자 류현진은 "한국에서 오랫동안 타격을 하지 않다 보니…. 문화 차이는 아닌 것 같다. 내 잘못이라고 본다"고 되풀이 대답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