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축구팬들이 한준희(43) KBS 해설위원에게 붙여준 별명이다. 한 위원은 방대한 축구 지식과 특유의 고음을 바탕으로한 알짜 축구중계로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한 위원은 외모만 보면 대학교수나 연구원 이미지다. 실제로도 한 위원은 엘리트다. 아이큐가 155고, 중학교 때 모의고사에서 서울시 전체 1등을 한 적도 있으며, 서울대 해양학과 출신이다. 거친 축구와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그가 해설 마이크를 잡고 있는 이유가 궁금해 21일 만났다.
원래 꿈은 철학 교수
한 위원은 사커홀릭이 된 이유를 묻자 "7살이던 1976년 대통령컵 말레이시아전을 보고 축구에 꽂혔다. 차범근(60)이 1-4로 뒤진 종료 7분을 남기고 기적의 해트트릭을 작성한 경기다"며 "축구명문 동북중과 중동중을 전학으로 나눠 다닌 시기에 슈퍼리그 할렐루야와 대우의 열렬한 팬이었다"고 말했다. 학창시절 유럽 축구에도 흠뻑 빠졌다. 한 위원은 "1970년대말부터 TV에서 간헐적으로 중계해주던 서독 분데스리가와 인터콘티넨탈컵을 빠짐없이 챙겨봤다. 차범근과 칼 하인츠 루메니게(58·독일) 등이 활약하던 시기다"며 "당시 세계 축구가 돌아가는 동향에 관한 정보가 적어 디에고 마라도나(53·아르헨티나), 조지 베스트(영국) 등의 영상 자료를 구해봤다. 하루에 축구 4경기씩 보는 등 중독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그 때까지만 해도 한 위원은 축구가 직업이 될거라는 생각을 전혀 못했다. 대학 시절 과학철학에 심취해 철학 교수를 꿈꿨다. 동대학원 과학철학 석사를 딴 뒤 2000년 미국 매사추세츠 주립대 앰허스트 철학과 박사과정에 들어갔다. 미국은 축구 변방이었지만 축구에 대한 갈증은 여전했다. 한 위원은 "다문화 사회인 미국의 FOX TV 등을 통해 매일 잉글랜드, 브라질 등 세계축구를 봤다. 심심해서 인터넷 축구 커뮤니티 '사커라인'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EXID와 역할극-이준 영화 카메오 출연한 괴짜 해설자
이 글들은 한 위원을 해설자의 길로 인도했다. 국내 축구팬들은 한 위원의 전문가 뺨치는 글에 열광했다. 사커라인 운영자는 축구 사업을 제의했다. 한 위원은 장고 끝에 2002년 귀국길에 올랐고, 이듬해 MBC에서 해설 제의를 받았다. 당시 박지성(32·QPR)과 이영표(36·밴쿠버)의 소속팀 네덜란드 아인트호벤 중계를 하며 해설에 입문했다. 한 위원은 TV 중계화면에 비친 레전드, 심지어 스페인 국왕과 동행한 요르단 국왕까지 알아 맞히며 전문 축구해설가로 이름을 알렸다.
2005년 KBS와 인연을 맺은 한 위원은 요즘 9시 뉴스 앵커보다 KBS에 더 자주 나온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비바 K리그'와 '운동화', '스포츠 중계석' 등에 고정 출연하고 있다. 축구해설 외 활동도 왕성하다. 가수 김범수가 진행하는 라디오 '가요광장'에서 아이돌 그룹 EXID 솔지와 역할극을 하며 청취자들의 고민을 상담해준다. 또 엠블렉의 이준 주연의 개봉 예정 영화 '배우는 배우다'에 카메오로 출연했다.
물론 한 위원은 요즘도 축구가 인생의 전부다. 한 위원은 이날도 중계 준비로 A4 용지 100장이 넘는 양을 인쇄해 열공 중이었다. 한 위원은 "한 경기라도 더 분석하는 것만이 선수 출신이 아닌 해설가의 의무다. 지금은 초등학생들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0개 클럽 주전 멤버들을 외우고 다니는 시대다"며 "소용에 닿는 순간까지 종합적으로 괜찮은 해설을 하고 싶다. 죽기 전에 인쇄된 종이가 아깝지 않은 두툼한 축구 서적 한 권을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