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클래식 인천 유나이티드와 FC 서울은 'A매치 휴식기'가 반갑다. 지난 1월 시작된 훈련부터 쉬지 않고 달려온 상황이라 더욱 소중한 휴식이다. 시즌 초반 정신없던 분위기를 한 차례 쉬어갈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하지만 인천과 서울의 속 사정을 들여다보면 미묘한 차이가 있다. K리그 클래식 14개 팀은 26일 열리는 카타르와 A매치 경기를 위해 18일부터 12일 동안 휴식기를 갖는다.
인천은 '유쾌한 휴식기'를 맞는다. 2013년 시즌 개막 후 2승 1무를 달리며 전북 현대와 공동 2위다. 팀내 핵심 선수 설기현과 이천수 없이 이룬 성적이라 뜻깊다. 문상윤(22)·이석현·한교원(이상 23) 등 20대 초반 어린 선수들로만 서울(3-2 승)과 성남(3-1 승)을 격파했다. 휴식기가 지나면 설기현과 이천수, 2라운에서 부상을 당했던 김남일까지 돌아온다. 더 좋은 전력으로 4라운드 경기를 할 수 있다.
그래서 김봉길 인천 감독은 선수단에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주장 김남일을 통해 "쉬고 싶은 만큼 쉬게 해주겠다. 내게 먼저 제안을 하라. 충분히 쉬게 해주겠다"고 말했다. 개막 후 3경기에서 최선을 다해준 선수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다. 인천은 이번 휴식기를 통해 부상 선수 회복과 선수단 사기 상승의 두 가지 효과를 얻으려 한다.
서울은 '운 좋은 휴식기'가 될 전망이다. 개막 후 3경기에서 1무 2패로 11위까지 추락해 어느 때보다 휴식이 필요하다. 하락세를 끊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3월 중순에 'A매치 휴식기'를 갖는 게 흔한 일이 아니라 서울에 운이 따른다고 할 수 있다.
2012년 시즌에는 5월 말에야 'A매치 휴식기'가 있었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백지 상태에서 시작하겠다. 2주 휴식기에 새롭게 정신 무장을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상윤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A매치 휴식기는 최용수 감독에게 한줄기 빛이다. 서울에 운이 따라주고 있는 모양새다"며 "서울은 강팀이지만 휴식이 필요했다. 적절한 시기에 쉬어갈 수 있게 됐다. 4라운드부터는 다른 모습의 서울을 보여줄 것이다"고 전망했다.
'A매치 휴식기'의 위력은 지난해 김봉길 감독이 이미 보여줬다. 김 감독은 허정무 감독 후임으로 대행 자리에 오른 뒤 "2주 정도 훈련 기간만 나에게 준다면 팀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인천은 휴식기 직전인 14라운드까지 단 1승에 그쳤다.
하지만 5월 말부터 6월 초까지 2주 휴식한 뒤 팀이 달라졌다. 이후 16경기에서 9승 5무 2패로 최하위였던 순위를 9위까지 끌어올렸다. 김 감독도 대행 꼬리표를 뗐다. 휴식기가 팀을 180도 바꿀 수 있는 기회라는 걸 보여준 대표적인 예다.
김환 기자 hwan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