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재혁(28·제주특별자치도청)이 18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2012 역도연맹 시상식'에 참석했다. 2008 베이징올림픽 역도 금메달리스트였던 그는 지난해 8월 런던올림픽 남자 역도 77kg급에 출전해 인상 2차시기에서 바벨을 들어올리다 오른 팔꿈치 인대 파열 부상을 당했다. 미국, 유럽 언론들은 "올림픽 역사상 가장 끔찍한 부상을 당했다"며 사재혁의 부상을 안타까워 했다. 역도연맹은 사재혁의 재활을 격려하는 차원에서 장미란(30)과 함께 연맹 특별상을 수여했다.
런던올림픽 이후 사재혁은 외부와의 접촉을 최대한 자제하며 마음을 정리했다. 어깨, 팔꿈치 등 온갖 부상을 당했다 오뚝이처럼 일어섰던 그였지만 런던올림픽 부상은 그에게 큰 시련을 안겼다. 사재혁은 "올림픽 후에 방황도 많이 했다. 6개월을 허비하다시피 보내면서 깊은 나락으로 떨어졌다"고 했다. 그는 스스로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홀로 캐나다 여행도 떠났다. "1달동안 캐나다를 다녀왔다. 가서 '세상이 넓다'는 걸 알아왔다"면서 "거기서 운동을 계속 해야 할 지 고민을 많이 했다. 매일마다 '다시 할까, 말까'하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다"고 했다.
그러나 제주특별자치도청으로 팀을 옮기면서 마음을 다 잡았다. 사재혁은 "전 소속팀인 강원도청과 의견이 좀 안 맞았다. 그냥 다 내가 부족했던 탓이었다"면서 "몇 군데를 알아봤는데 잘 안 돼서 '내가 이 정도였나'하는 생각을 했다. 그 과정에서 다시 일어서야겠다는 자극이 있었다. 한때는 접촉했던 팀 중에 몇년간 3관왕을 못 하면 반을 돌려주겠다는 강수도 뒀다"고 밝혔다. 조카도 사재혁의 마음을 자극시켰다. "올림픽 직후에 여동생이 딸을 낳았다. 첫 친조카였는데 힘들 때마다 보면 힘냈다"고 했다.
현재 사재혁은 태릉선수촌 내 의무팀의 도움을 받으며 재활에 매진하고 있다. "2주 전부터 재활을 시작했다"는 사재혁은 "올해 국가대표 선발전에 못 나서 선수촌 내에서는 내내 생활을 못 한다. 밖에 있으니까 더 부지런해지고 정신도 좀 더 단단해지는 느낌이다"며 감회를 전했다. 그는 오는 10월 열리는 전국체전 출전을 목표로 구슬땀을 흘리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주변에서 항상 기도하고 응원한다는 말, '넌 영웅이야'라는 말이 나를 움직이게 했다. 새로 옮긴 팀을 위해서라도 뭔가를 보여주고 싶다"며 굳은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