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레드냅(66) 퀸즈파크레인저스(이하 QPR) 감독과 박지성(32)의 악연이 이어지고 있다. 레드냅 감독이 공개적으로 박지성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QPR은 27일(한국시간) 열린 3부리그 팀 MK돈스와의 FA컵 32강전 홈 경기에서 2-4로 져서 탈락했다. QPR은 3부리그 팀에 패하며 망신을 당했다. 또한 이번 패배가 향후 박지성의 입지를 좁아지게 만드는 분수령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레드냅 감독은 경기 후 이례적으로 박지성을 비롯한 선수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비판했다. 비판 강도가 깜짝 놀랄 만큼 강했다.
레드냅 감독은 "오늘 경기 봤나. 잉글랜드 대표 골키퍼 그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온 파비우와 박지성, 레알 마드리드 출신의 그라네로…. 우리는 당연히 3부리그 팀을 이겼어야 했다. 그런데 이들은 기회를 날려먹었다"며 직격탄을 퍼부었다. 이어 그는 "오늘 경기가 답을 줬다. 나는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자기가 뛰어야 한다고 내 방 문을 두드리는 선수들과 그들을 옹호하는 사람들에게 오늘 경기가 많은 것을 알려주었을 것"이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레드냅 감독이 그동안 '고액연봉자'라고 에둘러 표현하며 일부 선수들을 비판한 적은 있지만, 선수들의 실명을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레드냅 감독은 "이번주 내로 팀에서 몇몇 선수를 방출할 것이다. 그러면 QPR이 잔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살생부를 만들어 놨다는 의미다.
레드냅 감독은 지난해 11월 마크 휴즈 감독의 후임으로 QPR에 부임했다. 전임 휴즈 감독은 박지성을 신임했지만, 레드냅 감독 부임 이후 분위가 바뀌었다. 레드냅 감독은 박지성을 선발 라인업에서 자주 제외시켰고, 박지성이 맡고 있던 주장직을 최근 클린트 힐에게 넘겼다. 힐은 레드냅 감독의 총애를 받는 선수다.
공교롭게도 MK돈스와의 경기에서는 힐을 비롯해 아델 타랍, 숀 데리, 훌리오 세자르 등 레드냅 감독이 신임하는 선수들이 대거 빠졌다. 그리고 박지성이 임시 주장을 맡은 경기에서 팀은 참패를 당했다. 박지성으로서는 최악의 경기였다.
레드냅 감독이 이처럼 작심하고 쓴소리를 한 이유는 분명하다. 그는 전술 운영에 간섭하는 구단을 제압하고 팀을 장악하기 위해 강도 높은 비판을 한 것으로 보인다. 향후 박지성의 입지 역시 크게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