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중간 노래를 마친 보아의 짧은 한 마디가 그토록 갈망해 온 국내 첫 콘서트에 대한 소감이이었다.
보아는 26~27일 양일간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국내 첫 단독콘서트 '보아 스페셜 라이브 2013~ 히어 아이 엠'을 통해 13년간 기다린 6000여 팬들과 만났다. 2000년 8월 '아이디:피스비'를 통해 데뷔한 14세 소녀가 13년만에 가진 첫 국내 단독 콘서트는 감동 그 자체였다. 공연 전 기자회견에서 "일본이나 해외에서 공연을 많이 했는데 국내에서는 여건상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어 속상했다"며 스스로도 아쉬워했다.
이번 공연은 보아에게 남다른 의미다. 그동안 일본에서는 수십번의 공연을 가져왔지만 한국에선 좀처럼 이뤄지지 않았다. 같은 소속사 후배인 동방신기·슈퍼주니어·소녀시대·샤이니의 국내 단독 콘서트에도 쓴 침만 삼켜야했다. '월드스타' '아시아의 별'이라는 애칭도 단독콘서트 앞에서는 작아지는 말이었다.
국내에서는 첫 단독 콘서트지만 이미 일본에서는 수많은 단독 무대에 올랐다. 2003년 '보아 퍼스트 라이브 투어 2003 발렌티'를 시작으로 2010년 '보아 라이브 투어 2010 아이덴티티'까지 손으로 꼽을 수도 없을 만큼 많은 공연을 이어왔다. 보아 자신뿐 아니라 한국팬도 손꼽아 온 '꿈의 무대'에 대해 "처음이라는 단어가 설레고 어색하고 특별하다"고 감격했다.
보통 공연에는 회사 선후배 아티스트나 친한 동료들의 무대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3시간도 부족한 보아의 콘서트에 게스트는 없었다. 블랙비트 출신 심재원과 무대에 올라 누구도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최고 난이도의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숨 돌릴 여유까지 없애며 팬들과 조금이라도 더 호흡하고 싶은 보아의 배려와 여유였다. 솔로 여자 가수가 2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공연을 홀로 펼친다는 것은 그 가수가 가진 역량이 증명되는 것이기도 하다.
콘서트 현장에는 엄동설한에도 아침부터 줄을 선 팬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또 보아의 국제적인 인기를 말해주듯 각국의 팬들이 한데 모여 있었다. 일본을 포함 아시아 전역과 금발에 푸른 눈빛의 관객도 눈에 띄었다. 수원에서 온 송정현(27)씨는 "14년차 내공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준 공연이었다"며 "데뷔 때부터 지켜본 팬으로서 보아가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온 몸에 전율이 느껴질만큼 짜릿한 무대를 보여줘 오히려 고마울 따름이다"고 감동했다.
보아의 콘서트 티켓 예매는 지난달 20일 열렸다. 당초 26일만 예정됐던 콘서트를 'LTE' 속도로 매진시키며 27일 추가 공연을 만들어냈다. 27일 추가 공연도 눈 깜짝할 사이 매진시키며 '원조 한류 여왕'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공연을 한 달 여 앞두고 진작부터 팬들은 콘서트 홍보 영상도 직접 만들며 첫 한국 콘서트를 갖는 보아를 적극적으로 응원했다.
이날 무대에서는 '싱어 송 라이터'의 면모도 엿볼 수 있었다. 직접 작사·작곡한 신곡 '그런 너'를 첫 공개했다. '그런 너'는 네오소울과 팝이 결합된 세련되고 감성적인 멜로디에 호소력 짙은 보컬이 더해져 특별함을 준 노래다. 지난해 7월 발표한 '온리 원' 이후 또 한 번 자작곡을 들려준 것. 샤이니 태민과 달콤한 연인을 흉내낸 뮤직비디오도 함께 공개했다.
정규 6집 타이틀곡 '허리케인 비너스'로 13년의 기다림을 깨부쉈다. 이어 '데인저러스' '에너지틱' '마이네임' 등 에너지 넘치는 모습으로 얼어붙은 올림픽홀을 녹여버렸다. 한국 데뷔곡 '아이디:피스비'와 일본 데뷔곡 '리슨 투 마이 하트', 미국 데뷔곡 '이트 유 업'까지 세 노래를 각국의 언어로 소화해냈다. '한별' '늘' '공중정원' '메리크리' 등 감성적인 발라드로 또 다른 매력도 보여줬다. 공연은 보아의 말대로 록밴드를 기본으로 강렬한 사운드가 인상적이었다. 공연은 아쉽지만 정규 5집 타이틀곡 '걸스 온 탑'으로 마무리됐다. 13년을 기다려온 팬들의 앵콜 요청에 다시 무대로 나와 '넘버원'을 부른 뒤 "'넘버원'을 안 듣고 집에 갈 수는 없지 않냐"며 "15세에 데뷔해 13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시간이 빨리 지나갔다. 이번 공연도 항상 지지해주고 기다려준 덕분에 완성됐다고 생각한다"고 북받치는 감정을 억누르며 말을 했다. 이어 정규 7집 수록곡 '네모난 바퀴'를 부른 뒤 이틀간의 공연을 끝마쳤다.
보아는 오는 4월까지 SBS 'K팝 스타2'의 심사위원으로 계속 활약한다. 또 2011년 찍은 할리우드 진출작 '코부 3D'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김진석 온라인 뉴스 기자 superjs@joongang.co.kr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