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美 ESPN ‘WBC참가, 시즌 성적에 영향 없다’…그렇다면 한국은
과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선수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대회일까.
미국 스포츠 전문채널 ESPN은 지난 19일(한국시간) 'WBC는 정말 투수들을 다치게 하는 대회일까'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WBC와 투수의 정규시즌 성적 사이 상관관계를 분석해 눈길을 끌었다. 결론은 "큰 연관성이 없다"였다.
WBC는 2006년 첫 대회부터 줄곧 참가국들이 선수 차출에 애를 먹고 있다. 각 나라 정규시즌의 개막 직전인 3월에 대회가 열려 일부 선수들이 컨디션 조절이 쉽지 않고 부상 위험이 크다는 이유로 참가를 포기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올해 역시 대회가 3월2일부터 20일까지 개최돼 한국(3월30일)과 미국(4월1일), 일본(3월29일)의 시즌 개막일까지 열흘 정도 차이가 난다.
하지만 ESPN은 'WBC와 정규시즌 성적의 상관관계를 찾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야구 통계관련 웹사이트인 베이스볼 프로스펙터스에 글을 쓴 벤 린드버그는 기사에서 1·2회 WBC에 참가한 미국 메이저리그 소속 투수 132명의 WBC 직후 정규시즌 성적을 분석했다. 그 결과 2006년 1회 WBC에 뛴 투수 71명의 그해 평균자책점(4.38)은 시즌 전 통계 프로그램(PECOTA)으로 예측한 평균자책점(4.18)보다 나빴다. 하지만 2회 대회에서는 결과가 거꾸로 나왔다. 투수 61명의 2009시즌 평균자책점(4.22)이 시즌 전 예측(4.32)보다 좋아졌다. WBC에 뛴 게 오히려 시즌 성적이 도움이 됐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린드버그가 언급한 펠릭스 에르난데스(27·시애틀)는 WBC가 시즌 성적에 미치는 악영향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2회 대회 때 베네수엘라 대표로 참가한 에르난데스는 WBC 2경기에 등판했지만 2009시즌 성적은 전년 대비 10승을 더 따내며 19승5패 평균자책점 2.49를 기록했다.
한국 대표팀 투수들의 경우도 WBC 참가 전후 시즌 기록에서 큰 상관관계를 찾을 수 없었다. 두 대회에 참가한 연인원 26명의 투수들 성적의 총계는 다소 떨어졌지만, 개인별로는 오히려 전년보다 성적이 향상된 투수들도 많았다.
2005년 10승 11홀드 16세이브를 기록한 오승환(삼성)은 2006년 1회 대회 참가 후 그 해 한 시즌 최다인 47세이브를 따내며 철벽 마무리로 자리잡았다. 2회 대회에서 대표팀 투수 중 최다 이닝(17⅔)을 던진 봉중근(LG)의 성적도 큰 변화가 없었다. 2008년과 2009년 모두 11승을 거뒀다. 임태훈(두산)과 정대현(당시 SK)도 2009년 성적이 전년도보다 나아졌다.
물론 2006년 서재응(당시 LA 다저스)과 2009년 장원삼(당시 히어로즈) 등 WBC 참가 후 성적이 나빠진 선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선수들도 많아 'WBC=위험성이 큰 대회'라고 규정하는 데는 무리가 따를 수 있다. 린드버그 역시 기사에서 "WBC 참가가 부상에 대한 위험도를 높인다는 것도 증거를 찾기 힘들다"고 밝혔다.
배중현 기자 bjh1025@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