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2013 프로농구 시즌 초반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안양 KGC인삼공사의 후안 파틸로(25·196㎝)가 꼽혔다. 이상범 KGC 감독이 "파틸로 안 뽑았으면 큰일날 뻔 했다"는 말을 달고 살 정도로 파틸로는 보배였다. 그 활약에 힘입어 팬 투표로 이뤄진 프로농구 올스타전 베스트5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키브웨 트림(29·204㎝)은 찬밥 신세였다. 파틸로보다 탄력이 떨어지고 슈팅 능력도 좋지 않았다. 높은 키로 쉬운 골밑슛을 넣을만도 한 데 번번이 림을 빗나갔다. 급기야 12월말 퇴출설이 불거졌다.
그런데 새해에는 파틸로와 트림의 입장이 정반대로 바뀌었다. 파틸로는 쓸 수도 안 쓸 수도 없는 '계륵'이 됐고, 트림는 연승의 주축으로 '보배'로 180도 바뀌었다. 파틸로는 지난 11일 서울 SK전에서 17분58초나 뛰고도 이번 시즌 최소 득점(2점)을 기록했다. 부상은 아니었다. 하지만 특유의 탄력있는 점프로 백발백중을 자랑하는 슛이 떨어졌고, 포인트가드 김태술과의 완벽한 호흡 등은 볼 수 없었다.
대신 트림은 4쿼터에서 골밑 득점을 하고, 리바운드를 잡아내면서 SK의 11연승을 저지했다. 트림은 13일 열린 전주 KCC전에서는 선발로 출장, 30분동안 뛰며 17득점·16리바운드로 활약했다. 파틸로는 중간에 나왔지만 4득점에 그치며 물러났다.
두 외국인 선수의 뒤바뀐 입장은 '자만심' 때문이었다. 파틸로는 특유의 활발한 성격으로 팀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는 한국 선수들과도 적극적으로 대화를 시도하며 쉽게 친해졌다. 그 결과 코트에서 완벽한 조직력을 보여줬다. 특히 김태술과는 눈으로 말하는 사이가 돼 찰떡궁합 호흡을 과시했다.
그런데 그런 활발한 성격은 점점 자만심으로 바뀌었다. 팀이 연패에 빠지면서 개인플레이가 늘었다. 공을 잡자마자 한 번도 패스하지 않고, 혼자 코트를 누비다 슛을 쏘고 공격에 실패하는 모습을 종종 보였다. 6연패 동안 파틸로는 평균 23득점을 넣었지만, 팀을 위기에서 구해내지는 못했다. KGC 관계자는 "파틸로가 두 자릿 수 득점을 했지만 연패에 빠졌고, 2점을 넣었지만 SK를 이긴 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소극적 성격의 트림은 잘하는 파틸로 옆에서 위축되어 있었다. 타고난 신체능력이 있는 파틸로와는 달리 키브웨는 노력파다. 하지만 열심히 해도 파틸로의 화려한 농구에 따라갈 수 없었다. 6연패 동안에도 벤치에 앉아있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새해를 맞아 마음가짐을 새롭게 단장했는지 펄펄 날고 있다. 이 감독도 "트림이 이렇게만 해준다면 바랄 게 없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온 여자친구의 힘이 크다. 조용찬 KGC 홍보과장은 "SK전에서는 슛을 넣고 관중석에 있는 여자친구를 가리키더라"며 "여자친구에게 잘 보이려고 더 잘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선두 다툼을 하고 있는 SK, 모비스, 전자랜드를 제외하고 4위인 KGC부터 9위 동부까지 어느 팀이 6강행 티켓을 거머쥘 지는 아직 안갯속이다. 이런 상황에서 트림의 활약은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파틸로도 다시 조직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쓸 수도 안 쓸 수도 없는 계륵같은 존재가 계속 이어진다면, 부상병동 KGC 6강행을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