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에서 외국인 타자들의 수가 급격히 줄어든 터닝 포인트는 2009년 KIA의 우승이었다. 그해 KIA의 원투펀치였던 로페즈와 구톰슨은 27승을 합작해내며 팀의 통산 열 번째 우승을 이끌었다. 이후 각 팀은 타자보다 투수 영입에 집중했고 이듬해부터 외국인 타자들의 수가 급감(6명→2명)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외국인선수 제도가 도입된 1998년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우승청부사' 역할은 주로 투수보다는 타자의 몫이었다. 1999년 로마이어와 데이비스가 힘을 합친 한화가 대표적이다. 그해 용병 최대어로 손꼽혔던 로마이어는 타율 0.292에 45홈런 109타점을 기록하며 중심타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데이비스도 타율 0.328에 30홈런 106타점을 올렸고, 호타준족을 과시하며 30-30클럽에도 가입했다. 로마이어는 한국시리즈 승패가 결정된 롯데와의 5차전 9회초에 3-3동점을 만드는 적시타를 때려내 한화에 창단 13년 만의 첫 우승을 안겼다.
외국인 타자의 활약은 이듬해에도 이어졌다. 현대에 입단한 퀸란은 2000년 정규시즌에서 타율 0.236에 최다 삼진(173개)을 기록했지만 빼어난 3루 수비와 일발장타(37홈런 ·91타점)를 앞세워 팀 타선의 중추적 역할을 했다. 특히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최종 7차전에서 홈런 두 개를 포함해 6타점을 쓸어 담는 원맨쇼를 펼치며 시리즈 사상 첫 외국인 최우수선수(MVP)가 되는 진기록을 남겼다.
2001년에는 우즈가 퀸란의 활약을 이어갔다. 1998년 두산에 입단한 우즈는 그해 홈런과 타점 1위를 독식해 외국인 선수 사상 첫 정규시즌 MVP를 수상했다. 그리고 국내 데뷔 4년차였던 2001년 한국시리즈에서 타율 0.391(23타수 9안타)에 4홈런 8타점을 몰아치며 MVP와 팀 우승을 차지했다.
이들 말고도 빼어난 활약을 펼친 외국인 타자들은 적지 않다. 현대는 2005년 심정수와 박진만의 FA(프리 에이전트) 이적으로 발생한 공백을 메우기 위해 서튼을 영입했다. 서튼은 첫해 홈런(35개)·타점(102개)·장타율에서 1위에 오르며 홀로 분전했다. 롯데의 호세와 가르시아도 마찬가지다. 둘은 롯데에서 활약한 4년 동안 각각 95홈런 314타점과 103홈런 339타점을 기록하며 화끈한 공격력을 선보였다. 2000년 삼성에서 뛴 프랑코도 매서운 타격솜씨(타율 0.327·22홈런·110타점)을 뽐냈다.